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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산다. 나 역시 그런 미래를 꿈꾸며 살았기에 제목을 보고 작은 충격을 받았다. 가장 젊은 날.. 오늘을 난 어떻게 보내고 있는 것일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행복한 미래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오늘을 대충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하철 3호선의 카이저 소제
뭔가 이상한 점이 보였다.
탑승할 때는 분명 왼발을 절었는데
지금은 오른발을 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의 첫 구절에 쓰여 있던 내용이다. 익숙했다. 우리 주변에는 저렇게 몸이 성한데도 어딘가 불편한 것처럼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 아빠가 가진 가죽점퍼보다 좋은 점퍼를 입고 구걸하던 사람을 보았을 때, 다리가 없는 사람인 양 길에 엎드려 기어 다니면서 구걸을 하다가 으슥한 골목길에서 벌떡 일어나 길에 대어진 에쿠스를 타고 가던 아저씨를 보았을 때. 나는 충격보다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 내 감정이 거짓이 된 것 같아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달랐다. 글쓴이는 나와 같은 배신감을 맛본 것이 아니라 안도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진짜로 몸이 불편한 게 아니라 다행이잖아요. 어찌 됐든 몸이 성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거 잖아요. 밉긴 하지만....
웃음이 났다. 얼마나 마음이 넓어야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못된 것인지 저 말을 한 이가 마음이 넓은 것인지...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조그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들이라 더 와 닿는 느낌을 받은 이야기들.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어쩌면 내가 한번쯤 겪은 일인지도 모르고, 미래에 내가 겪을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조금 싸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오늘이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 될 지도 모르는데 오지도 않은 미래를 생각하고 오늘을 너무 닥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제가 나도 실제 생활 속에서 느낄지도 모르는 작은 감동. 그 감동이 지금 느껴지는 것 같아 왠지 모를 미소까지 짓게 되는 이야기들.
다소 빡빡하게 돌아가는 현실에 지칠 때쯤이면 한번쯤 다시 책장을 넘겨볼 것 같다. 그들의 행동 속에서 보이는 생각을 곱씹으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