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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
책을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가벼운 생각만 하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이 책은 시간을 오래 들여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짧은 순간 같은 삶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사람으로 살아가는 순간이지만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날들.
할 수 있다 다짐하지만 타인의 결정에 의해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받아야 하는 날들.
내 마지막 친구를 돌볼 수 없다는 생각에 체념해야 되는 날들.
누군가의 마지막을 적은 글이지만 누구나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모습.
책을 읽는 동안 깊은숨을 쉬게 된 이야기였다.
나를 사랑하는 이도 있었고, 내가 사랑한 이도 있었다.
모든 것을 나눈 친구도 있었고, 나를 무척이나 괴롭힌 사람도 있었다.
모두 내 곁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내 곁에 없다.
나를 돌봐주는 사람은 나이가 들고서야 알게 된 사람이다.
보호자인 아들은 나와 함께 살지 않고,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당장 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보다 나이가 들었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이야기한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객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고 손아귀에 힘이 없다.
사랑하는 이의 냄새를 오래도록 유지하며 맡고 싶지만 그 작은 병의 뚜껑을 여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전화를 할 친구가 있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개가 있다.
한스는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개를 돌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함께 하는 유일한 친구인 개를 멀리 보내려 한다.
거부하고 있지만 내 의지가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약해지고 있고,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천천히.
아니 어쩌면 빠르게.
그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 빠르다.
그의 일상일 뿐인데, 이제 그 마저도 유지할 수 없다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시간인데... 그들은 이 시간이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죽음이 가까워오는 시간에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은 고집이 아니었다.
그저 일상이었을 뿐인데, 그들을 고집을 부리게 만드는 것은 남아야 할 우리가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 책.
가슴깊이 무언가 묵직하게 자리하는 느낌이 드는 책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