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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 호택 - 한국판 돈키호테 임택, 당나귀하고 산티아고
임택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평점 :

조금은 특이했던 여행기.
동물들과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기는 했지만 당나귀라니.
그렇기에 처음 그의 여행기를 읽을 때는 단순히 짐꾼으로 데리고 다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무인도에서는 축구공에도 이름을 붙여 친구 삼는다더니...ㅎㅎㅎ
당나귀와 진한 우정을 나눈 작가.
아니 여행가라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걱정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보다 당나귀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던져주던 빵도 당나귀를 위한 것이었고, 양동이 채 전해주던 물도 당나귀를 위한 것이었다.
남의 밭에 들어가 풀을 먹어도.
남의 창고에 들어가 옥수수를 먹어도 용서받는 동물.
당나귀 동키호택 때문에 힘든 여행을 예상했는데...
도리어 사람들의 친절을 얻은 작가.
이야기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작가와 동키호택의 끈끈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순롓길을 떠난 사람들의 여행이야기를 읽다 보면 얻게 되는 것이 많다.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엄청나게 이룬 사람도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터득한 그런 것들.
작가가 듣고 적은 글 속에서도 느껴졌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것.
바로 촛불.
전기가 아주 당연한 필수품이 되고 나서는 전기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조차 없는 나이다.
몇 달 전 아파트 전체 전기를 배분하는 기계에 문제가 생겨 하루 꼬박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날.
내 하루는 그대로 사라졌다.
냉장고도 쓰지 못했고, 물도 쓰지 못했다.
컴퓨터는 물론 핸드폰 충전조차 하지 못했다.
익숙함이 무섭다고 했던가?
이 모든 것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화만 났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울리는 글귀가 있었다.
촛불의 좋은 점은 필요한 것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어둠이 주는 축복이랄까요.
우린 너무 많은 것을 보도록 강요당하고 있잖아요?
맞다.
어둠이 내리면 환하게 빛나는 별빛이나 달빛정도만 눈에 보여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에 전기의 힘을 빌려 낮만큼이나 밝게 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억지로 더 봐야 하는 삶.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나는 많은 것을 보며 여유롭지 못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곱씹어 보았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나보고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당나귀와의 순롓길투어.
간접적이나마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