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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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가볍게 생각한 죽음이라는 글귀의 제목. 

밝은 표지의 그림 때문이었을까? 

반어법일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병원에서 일을 하겠다는 말일까.. 혼자 고민을 하며 책장을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 

과연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살희망자 유진. 

그녀에게 기댈만한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다. 

이제 유진에게 남은 것은 없다. 

죽을 자리를 찾아야 했다. 


책 속의 주인공 유진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표현했지만 이야기를 읽는 내가 보기엔 달랐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진의 상태는 심각했다. 

죽을 자리를 찾아 헤매는 그녀에게 온 기회. 

그 기회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예상도 못하고 덥석 잡아버렸다. 


그렇게 내려간 시골의 병원. 

의사는 유진뿐이다. 

나름 치밀하게 죽을 준비를 하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내려가자마자 깨지고 만다. 

죽어야 하는데 도둑맞아 버렸다. 

그녀는 죽기 위해 도둑을 찾아야 했고, 도둑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내일을 살아야 했다. 

자신의 주변을 가뒀던 도시와는 달리 시골은 가둘 수가 없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꾸만 움직여야 했다. 

누군가는 자꾸 먹이려 들었고, 누군가는 자꾸 잔소리를 했다. 

어쩌면 그런 귀찮음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타인에게서 받을 수 있는 귀찮은 관심. 

그 마저도 유진의 머릿속에서 죽음이라는 생각을 쫓아내진 못했다. 

그저 조금 늦어진다고만 생각하는 자신의 죽음. 

그런 그녀가 빼도 박도 못하게 죽음을 거둬들일 일이 생겼다. 

하지만 죽을 자리는 병원이다. 


황당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서로 어울려가며 살아가는 그런 것. 

힘든 일도 있지만 즐거운 일도 있는 곳. 

무거운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만한 그런 것.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인생 살만하구나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질감 없이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 책. 

한수정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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