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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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 이야기. 

그 어떤 군더더기도 붙지 않은. 

내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이 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는... 

이번 이야기가 그랬다. 

읽는 동안 가슴이 아팠고, 설레기도 했고, 공감하기도 한.. 

너무 어둡지도, 너무 밝지도 않은... 평범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 


단편으로 5 작품.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었기에 이야기가 아쉽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작품, 두 작품 읽으며 가진 생각은 절대 짧지 않다는 것. 

이 정도로 긴 여운이 남을 수 있을까? 

평범하고 평범한 이야기인데? 

세 번째 작품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주변에서 누군가가 겪고 있을 삶의 이야기이기에 그저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이 읽어지는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네 번째 이야기, 습기의 바다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지만 쉬쉬하고 있는 이혼. 

짧지 않은 인생. 

행복과 안락함을 꿈꾸며 시작한 결혼이 끝이 났다. 

아이의 울음소리, 생계라는 압박감, 지긋지긋한 싸움. 

결정을 하고 나면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조용함과 안도감. 

그 뒤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정적. 

아직 손가락의 반지자국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 모든 감정은 매일매일 나를 옥죄인다. 


변화를 꿈꾸며,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보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우연. 

외로울 때 찾아오는 가장 무서운 존재. 

그런 우연이 그에게도 찾아왔다. 


아이의 울음소리. 

피곤해 보이는 얼굴. 

이 모습이 내가 알던 결혼생활이다. 

내 아이는 직접 마주 보지도 못하는 거리에 있는데, 처음 보는 아이가 나에게 아빠라 부른다. 

아빠라 부르던 나의 아이는 이제 나를 대디라고 부르는데. 

뭔지 모를 감정이 생겨난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선의. 

나에게 생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큰 의미 없는 행동들. 

하지만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지 않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이 더 무섭다. 

과거 상대에게 채워주지 못했던 것들과 나를 채워주지 못했던 것을 조금씩 채워가는 매일. 

서로에게 끌리지만 뭔지 모를 무언가가 나를 붙잡는다. 

한걸음 다가가기가 너무나도 힘든 인연. 

지금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다. 

아무 문제가 없는 두 남녀지만, 그들의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무엇이 더 옳은지 그른지는 타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선택한다. 

그녀가 그랬듯이. 

그녀의 선택에 그도 동의한다. 

그게 맞는 것 같기에. 


어쩌면 그저 흔한 인생이야기일 수도 있었는데 가장 깊이 와닿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볍게 흔들렸던 감정은 정리도 쉬웠다. 

하지만 이 감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섣부르지도 않았고,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원래 이런 것이 사랑인데. 

그것만 생각하기엔 인생을 너무 오래 살았다. 

현실이라는 큰 벽은 그 따위 감정만을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읽어보면 좋을 느낌.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먼저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현실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덤덤하게 읽을 수 있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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