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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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급식카드를 쓰기 위해서 수치심을 참아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결제를 하려면 카드를 내밀어야 하고, 그 말은 내가 돈이 없어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하니까. 

그마저도 살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어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현실. 

아직 너무 어린아이들에게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 주는 복지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서 카드 확인만 하고 아이들에게 밥을 무료로 내어주는 사장님들이 생겨났다. 

말 그대로 수치심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 

이런 일들이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그 사장님들을 돈쭐 내줘야 한다며 또 사람들이 움직인다.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일은 절대 평범하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을 뉴스로 보면서 수치심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이 감정을 왜 느껴야 하는 것일까? 

수치심과 함께 붙어 다니며 수치심을 더 크게 키우는 혐오.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세상이 만들어낸 이 두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 이야기. 셰임 머신. 

읽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본적인 것부터 느껴온 수치심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치심은 의외로 작은 것부터였다.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 것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내가 남들보다 못하다는 것.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나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감정은 달갑지 않았다.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고, 자려고 누웠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꼭 그런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일을 두 번 겪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치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이 만들어내는 수치심. 

기운 빠지게 하고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수치심. 

힘의 우위에 서서 나를 향해 쏟아내는 혐오. 

사람사이의 존중보다는 돈. 

그리고 밟고 올라가려는 욕심. 

수치심이 돈이 된다는 글귀에 공감이 갔다. 

타인의 수치심을 높여야 돈을 쓰는 오늘의 현실이 수치심을 더욱 자극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내용 중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제일 먼저 나왔다. 

바로 비만. 

작가도 비만이었기에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주제. 

내가 겪어 보았기에 내 자식에게 더 독하게 내뱉을 수 있는 말들. 

그 모든 것이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이지만 결론적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다이어트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흘러가는 곳은 한 군데뿐이다. 

그렇기에 더 자극적인 말로 사람들의 수치심을 건드려야 하는 업체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씁쓸한 우리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 혐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 

나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남의 수치심을 이용해야 했다. 

그저 나의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쉽고 편하니까.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부작용이 크게 생기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 더더 폐쇄적으로 바뀌는 사람들.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배척하고 깎아내리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늘 그렇듯 나 자신에게 있었다. 


쉽지 않지만 생각을 바꿔야 하고 내가 말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특히나 부모가 자식한테 하는 말투에서 수치심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 말투는 결코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읽고 나니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 너무 당연해진 서열적인 인간관계를 바꿀 첫 번째 방법이 이것인 것 같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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