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파이 여우 ㅣ 돋을볕 문고 1
김형진 지음, 이갑규 그림 / 지구의아침 / 2022년 1월
평점 :

그럴 때가 있다.
내 것이 아니지만 더 내 것 같은.
뭔지 모르게 더 안쓰러워 마음이 쓰이는 그런 경험.
그들이 그랬다.
자신의 가족도 아닌 여우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주고, 자라지 않는 새끼를 더욱 보살펴 그들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마저 바뀌게 만들었다.
스파이 여우.
눈이 동그랗고 밝은 얼굴이지만 표정이 없는 여우.
진짜 같이 생겼지만 그것은 기계였다.
여우 가족이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우.
기계이기에 자라지도 않고 표정도 없고 배움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여우 가족으로 얼마나 오래 살아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생각이었다.
여우는 부모였다.
먹지 않고 자라지 않는 아이를 걱정했고, 털이 빠지는 것을 신경 썼다.
먹이를 잡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늘 딴 곳만 바라보는 아이를 걱정했지만 자신들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보살폈다.
그러던 그들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동물들에게 문제는 항상 인간이다.
여우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뭉개고 부서트렸다.
함정을 만들어 닥치는 대로 동물들을 잡아갔다.
두려운 존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들을 피해 사냥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사냥이 쉽지 않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던 행동이지만 너무 오래 굶은 여우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인간들은 여우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도울 수 없다.
그들의 삶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막을 수 없고, 도움을 줄 수도 없다.
그렇게 인간 때문에 아빠 여우는 죽고 만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인간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산불이 나고 마는 것.
엄마 여우는 아이들과 스파이 여우를 보살피지만 불가능하다.
원래 그곳에 살던 동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들.
그로 인해 생겨난 일이지만 그들의 삶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도움조차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인간들.
하지만 더는 아니었다.
도움을 주려 열심히 뛰지만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했던 행동만 기억하는 엄마 여우는 그들을 피해 달아나고 만다.
그렇게 죽어가는 엄마 여우.
그 곁을 지키는 스파이 여우.
그리고 그 모습은 스파이 여우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책을 읽으며 인간의 이기심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저 그들의 삶을 살아갈 뿐인데 우리가 그들의 삶에 주는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도 아닌 스파이 여우를 대하는 어미 여우의 태도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 부족한 아이.
더 사랑해줘야 하는 아이.
엄마 여우의 모성애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본 표지에 스파이 여우가 웃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내 생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