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모자도시

모자 도시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안토니오 보난노 지음,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9월

표지의 그림이 완전 내 스타일. 

망망대해 위에 위태로워 보이지만 안정적인 하나의 도시가 서 있다. 

날리는 모자와 나뭇잎, 종이들. 

느긋해 보이기도, 편안해 보이기도, 뭔가 불안해 보이기도 하는 이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모자 도시. 

그곳은 바람이 달빛을 스칠 때, 낡은 입체안경으로 봐야 보이는 곳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아하고 친절하고 행복하다. 

그곳에 일어나는 특이한 일은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 

많이. 

아주 많이. 

그 바람은 옷의 무늬를 지우고, 생각도 엉클어버리지만 모자도시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바람이 일상이기에. 

그들을 바람을 타고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도 하고, 연날리기 대회도 하고. 편지도 보낸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마을인데 이상하게도 모자마을 사람들은 모자를 쓰고 다닌다. 

바람에 날아가는 물건과 모자가 많아 분실물 보관소에는 항상 물건들이 넘쳐나는데, 이상하게도 모자는 없다. 

그 모자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모자가 모여 있는 장소를 찾겠다고 한 사람마저 바람에 날아가 사라져버리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바람이 앗아가는 것이 과연 물건과 모자 뿐인 것일까? 

책을 읽은 후 처음 든 생각은 바람이 꼭 우리 인생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 속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자는 우리의 시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어딘가 차곡차곡 쌓여 있을 추억.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칠 때, 오래된 옛 기억을 떠올리면 나타나는 추억 같은 모자도시. 

행복함만 남아있는 그 곳은 책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예쁘고 편안하고 그리운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또 기억은 나겠지만 쉽게 잊어버릴 것 같다. 

모자도시는 그런 곳이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