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와도 언쟁을 벌일 필요 없다. 비난할 것도 없고, 누가 뭐라고 하건 그냥 그쪽 말이 옳다고 해주고 넘어가면 돼.

사람들이 의견을 물을 땐 진짜로 네 의견이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야.

자기 생각에 동조해 주길 바라는 거지.

무의미한 일이야.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잘 드러났다.

그저 바쁘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위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상처받았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주인공.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동생에서 짓눌리고.

기분 나빠도 기분 나쁜 티 한번을 내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공허함이 한두 해 쌓여 나타난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토마토 때문에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내가 슬퍼하는 이유를 공감해주는 이 하나 없는 삶.

그저 아이를 키우며 그날그날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긴다.

 

딸들에게 생긴 친구, 에밀리.

가까운 곳에 사는 그 아이로 인해 가족들과 친분을 쌓게 된다.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에밀리의 할머니, 시모니안 부인.

그리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랐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괜찮은 남자 에밀.

그 가족과 얽힌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은 많은 것이 달라진다.

평소와 다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마주치게 되는 그녀의 가족들.

그 상황에서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이 느꼈던 수많은 감정과 만나게 된다.

 

정말로 나가기 싫었다.

누롤라히씨도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직도 어린아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아버지의 목에 팔을 두르고 엉엉 목 놓아 울 수 있다면.

 

어른인 주인공과 어린 시절 주인공은 많은 부분이 달랐다.

어릴 적에도 메말라있었지만 감정표현이 다양했던 아이였는데, 어른이 된 주인공은 남아있는 물기마저 사라져버린 느낌.

그녀의 속에 숨어있던 촉촉함이 에밀리가족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 주인공.

 

그러니까 네가 영위하던 그 평온하던 삶이 뒤집힌 게 다 에밀리와 그 할머니 탓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그녀는 한없이 무너져갔다.

누군가를 탓해야했고, 뭐든 이유를 찾아야했다.

그 상황마저도 외면하고 싶었던 그녀의 앞에서 갑자기 에밀리 가족이 사라져버렸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자세하게 서술된 것이 아님에도 가슴깊이 느낄 수 있었다.

절제된 듯 한 감정표현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현재의 상황과 비교되는 예전의 감정변화, 그리고 그 감정에 공감해주지 않는 가족들.

그녀가 느끼는 공허함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이야기였지만 결코 잔잔하지 않은 이야기.

불을 끄는 건 나야.

책을 읽고 난 뒤 제목의 의미가 더욱 와 닿는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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