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입속에서
마이클 모퍼고 지음, 바루 그림,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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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 엉망인 곳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

하얀 늑대의 입 근처에 서있는 한 남자.

해가진 듯 한 어두운 색감 속에 새하얀 빛의 늑대.

이질감 느껴지는 그 하얀빛이 왠지 모르게 두렵게 느껴졌다,

책의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

책을 읽기도 전에 어떤 느낌의 책일지 알게 되었다.

 

아흔 살의 생일파티.

아주 인자한 얼굴로 자신의 생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

나이만큼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

그런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

그리고 그 뒤로 느껴지는 안타까움.

 

그리고 나는 정말로 감사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생의 황혼에 서 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삶의 끝자락.

문뜩 피곤이 몰려온다.

 

그가 겪은 과거는 누구나 겪는 평범한 날들이 아니었다.

그 시절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 싸워왔다.

제2차 세계대전.

그 시절을 직접 겪어낸 사람의 실제 이야기.

덤덤하게 적어 내려간 글이 더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여인네들은 숲속과 산속에 숨어 사는 남자들에게 식량을 가져다주었어,

독일군 코앞에서 말이야.

그 여자들에게 바치는 훈장은 없었어,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영웅들이었어.

그게 진정한 용기야.

그 여인네들이 없었다면 레지스탕스도 없었겠지.

 

전쟁이야기를 하다보면 주로 남자들의 활약이 나오게 된다.

여성의 수동적인 모습만 비춰지는 모습이 항상 아쉬웠는데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여성도 목숨을 걸고 자신의 미래와 나라를 위해 애쓴다는 사실.

그것을 인정해주는 모습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빠르게 곽의 모습을 되찾은 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와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싱그러운 아이들 마흔 명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라는 외출을 마치고 진짜 삶으로 돌아온 거죠

학교, 아이들.

내 별명은 다시 ‘큰 발’이 되었고, 교실을 나설 때면 뒤에서 예전처럼 ‘피 파이 포 펌’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모든 게 변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전쟁이 끝나고 그가 느낀 평범하기에 소중한 하루하루.

전쟁이 아픔이 컸지만 그보다 더 행복한 날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앞으로의 날들이 더 소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쟁이야기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부담 없이 힘들었던 일과 행복했던 일들을 써내려간 이야기.

평범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뜻이 맞는 친구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려주는 이야기.

우리 역시 전쟁을 겪은 민족이기에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픈 과거를 잘 표현한 책, 늑대의 입속에서.

아이들에게 전쟁이라는 끔찍한 일을 잘 알려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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