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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베르나르의 이야기는 가볍게 읽고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이야기 역시 그러했다.
큰 틀을 보면 생과 죽음 그리고 환생에 관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면 삶 속의 많은 부조리한 일들이 떠올랐다.
제가 새로 온 게 아니라, 당신이 <새로운> 체계에 온 거예요.
일종의 <별관>같은 것이라고 해두죠.
병행하는 건가요?
<연장>으로 보면 되요.
인생의 끝인 죽음을 삶의 연장이라 이야기하는 곳.
죽음을 맞이한 이는 그 곳에서 할 것이 많다.
부모도 골라야하고, 자신의 삶도 골라야 하고, 직업도 골라야 한다.
자신이 태어날 나라도 고를 수 있다니 죽음이 꼭 끔찍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속 죽음을 맞이한 이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나는 이런 죽음이라면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이의 인생을 객관적인 모습으로 설명해주는 그들.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삶을 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고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인데, 그들은 아주 냉철하게 그가 선택했던 삶의 일부를 지적했다.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인생에 큰 갈림길에서 선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순응.
더 힘들고 어려운 것을 피하기 위해.
지금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살아가기 위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그걸 여기서는 아주 좋지 않게 보죠!
심판하는 자들이 하는 말들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당시의 안락함을 위해 포기했던 선택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회하는 그 때의 선택.
하지만 다시 그 상황이 온다 해도 다른 선택을 하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그 순간까지도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렇게 고심해 선택한 삶조차 또 다른 상황을 만나 밀어내고 만다.
오늘의 선택이 어떤 내일을 만들어 낼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연극으로 무대 위에서 보게 되어도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 심판.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