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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라바 원작 / 톡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라바를 티비에서 봤을 때, 더러우면서도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주인공으로한 여러 만화를 보았지만 이름도 없이, 제대로 된 대사한마디 없이 재미를 주는 캐릭터라는 사실이 독특하게 와 닿았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웃음과 감동과 재미를 주던 만화.
그 작은 벌레의 삶속을 들여다보면 어쩐지 나와 닮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먹을 것에 목숨 거는 모습.
작고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모습.
아무것도 아닌 일에 경쟁심이 생겨 싸우는 모습.
별것 아닌 일에 감동받고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
그런 라바의 모습에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더해져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더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게으른 게 아니라 느긋한 것.
서투른 게 아니라 신중한 것.
못하는 게 아니라 배워 가는 중.
특히나 공감했던 글.
부정적으로만 다가오던 수식어를 떼버리고 긍정적인 단어로 바꾸니 또 다른 내가 된 느낌.
항상 나를 더 낮추지 못해 안달이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라바들의 삶은 부족한 것이 많았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그들은 항상 즐거웠다.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고 매일 즐거운 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갔다.
제 3자의 눈으로 본 그들은 세상에 비해 작았고 초라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라바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는 나의 삶.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그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들의 작고 소소한 매일 매일이 행복하듯이, 나도 그들같이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살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