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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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언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빨강 머리 앤.

두어 달 전 쯤 다시 읽어본 앤은 10년 전 읽었던 그 느낌과는 다른 간질간질한 추억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앤이 그래픽노블로 나왔다.

 

책의 표지를 보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티비에서 했던 빨강머리 앤이 기억이 났다.

항상 앤의 배경은 푸른 하늘과 초록 초록한 들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

이번 책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의 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상상력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잘 읽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가며 내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떠다니던 이미지.

그 이미지가 변화하는 경험.

당연하다 생각했던 이미지가 새로운 색으로 덮이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눈이 갔고, 다른 사람이 느낀 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 머릿속에는 앤의 발랄함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고, 예쁘진 않지만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이번 책은 또 다른 모습의 앤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앤의 모습보다는 그녀를 둘러싼 배경이 더 눈에 들어왔고, 앤 인생의 큰 방향을 만들어준 초록지붕집이 머릿속에 남았다.

어릴 적에는 앤이라는 캐릭터에 더 집중했다면,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앤을 둘러싼 배경들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느낌.

 

그녀가 싫어하던 머리색, 조금은 촌스럽고 실용적이기만 했던 옷.

앤과 비슷한 또래일 때는 앤이라는 아이에 더 집중했고, 그녀의 투정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는데.

앤의 엄마나이가 되어 본 앤은 마냥 꿈속에 사는 철부지 여자아이였다.

외모에 신경을 쓰고, 남자아이와 사과가 어렵고, 친구와 만나지 못하는 것이 하늘이 무너지는 아이.

나의 어린 시절과 겹쳐지는 앤의 발랄하고 엉뚱한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예쁜 글과 그림이 들어있는 빨강 머리 앤.

글로만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그래픽노블.

긴 감동이 오래 남는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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