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아주 오래전 동화책으로 읽어보았던 걸리버 여행기.
내가 아는 내용은 소인국을 여행한 걸리버의 이야기가 끝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걸리버가 여행한 다른 나라 이야기.
이 환상적인 모험담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의 표지에 적힌 조지오웰이 극찬했다는 문구.
며칠 전 읽은 동물농장의 내용이 떠올랐다.
풍자문학.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신나는 소인국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이 났던 것은 의외로 어린왕자였다.
밝고 행복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왕자의 시선으로 적혔던 글.
걸리버 여행기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아는 어른의 시선으로 여행한 이야기, 어른이 된 어른왕자의 여행기 같은 느낌이었다.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묘하게 비슷한 느낌.
이 책을 읽는 내도록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익숙하게 알던 소인국 이야기.
그리고 소인국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게 되는 거인국에서의 이야기.
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여행기이야기와 말의나라 여행기.
처음 소인국과 이야기에서는 풍자라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어린 시절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 주었던 걸리버 여행기의 어른버전 이야기를 읽는 정도의 느낌.
그러다 거인국 이야기를 읽으니 두 차이에 따른 삶의 모습차이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가 달라지지 않아도, 내가 속해있는 환경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느낌.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는 그저 아이들을 위한 상상의 이야기였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로 현대사에 역겨움을 느꼈다.
지난 백 년 동안 여러 왕가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람을 전부 세심히 검토해 보니,
세상이 돈에 영혼을 판 저술가들에 의해 엄청나게 날조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쟁에서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이 겁쟁이에게 돌아가고,
가장 현명한 조언이 멍청이가 한 것이 되고,
아첨꾼이 정직함의 표상이 되고
...
세상의 위대한 사업과 혁명의 근원과 동기를 알게 되고, 그런 일의 성공이 한심스럽게도 우연에 불과했다는 점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느낀 인간의 지혜와 지성에 대한 실망은 얼마였던가.
그리고 정말 풍자문학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 이야기들.
나라의 상황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앞에 나온 소인국 거인국보다 더 강한 색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거기에 보태지는 삽화역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글을 읽으며 상상 속에서 생각하던 모습과 비교하며 더 사실감 있게 책을 읽은 느낌이었다.
풍자문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사실감 느껴지는 풍자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