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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 심은영 장편소설
심은영 지음 / 창해 / 2020년 3월
평점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일이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읽는 내도록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교직에 있었던 작가의 이야기.
이런 악몽 같은 사건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족.
그리고 친구.
힘든 상황에 도움을 준 친구.
가족만큼 가까워지는 친구.
가족만큼 가깝다는 말은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연호, 연우, 지민, 그리고 민수.
세 남매와 연호의 친구 민수.
넷은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일까?
학교 선생님인 연우.
그녀는 학교에서 그리 환영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너무 곧았고, 또 곧았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벗어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도 싫어했다.
그렇게 견디기만 하는 그녀.
그녀에게는 학생들조차 편안한 존재가 되지 못했다.
문제아와 우등생들.
그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누가 가해자일까?
문제아 딸보다 더 큰 관심사가 있는 엄마와, 우등생인 아들의 미래가 가장 중요한 부모.
누가 더 힘이 셀까?
연우의 앞에 주어지는 상황은 연우를 힘들게만 만들었다.
그리고 알게 되는 연우의 어린 시절.
연우에게 지민이는 애증의 존재다.
무한 사랑을 주는 연호와는 다른 모습이다.
막내를 시기하는 둘째의 모습이라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함이 느껴진다.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뭔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있다는 묘한 느낌.
무엇인지 쉽사리 밝혀지지 않는 그 기분이 책의 내용에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연우의 삶은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문제였다.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해가 갔다.
아! 하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상하다 느껴지던 퍼즐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
긴 한숨이 나왔다.
우리 사회에 악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이 들어있는 이야기.
그 답답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더 몰입하게 된 소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