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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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항상 친절하게 전화받아주는 상담원들.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자신의 감정을 그들에게 푸는 사람들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전화벨이 울리면,

크게 숨을 내뱉고 전화를 받는 상담원이 있다.

 

책의 뒤편에 적힌 글귀.

이 책을 읽는 순간 세상을 살아가는 수고로움을 알게 될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책의 첫장.

넘기자마자 나오는 이야기는 퇴사.

 

콜센터에 입사한 이후 줄곧 나의 목표는 퇴사였다.

 

책은 상담원이야기인데 첫줄부터 퇴사가 목표였다는 지은이.

그렇게 생각을 했으면서도 5년이나 한 그 일.

겉으로 보이는 힘든 모습이외에 그 일을 통해 느끼는 뿌듯함과 보람은 분명이 있었을 것이다.

 

나를 수식하는 데 ‘겨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서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잊히지 않는 잘못 하나쯤은 마음에 담아두고 살지만, 잘못을 모른척하지도, 깨끗이 용서받고 씻어버리지도 못하는 나이.

어쩌면 서른은 삶의 갈림길에 서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서른즈음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인가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나이, 서른.

하지만 서른이 되고 보니 그저 오늘은 오늘이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고 29살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힘든 오늘을 견디다보니 어느순간 30이었다.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하고 어쩌다 하게 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하고싶지만 30이라는 나이는 그 패기마저 꺽이게 만들어 버리는 숫자.

지은이가 담담하게 풀어내려가는 상담원으로써의 삶은 힘들고 방황했던 나의 그 시절과 닮아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콜센터 상담원은 안팎으로 참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며 상담원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려주는 지은이의 성격이 보였다.

그 느낌과 딱 맞아떨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

특히나 나 역시 겪어본 적 있던 비슷한 상황들을 읽고있으니 그들의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서른 중반에 새로운 꿈이라니, 삶에 작은 에너지가 생긴 듯하다.

너무 늦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도착할 수만 있다면 늦은들 어떠할까.

 

꼭 성공한 사람의 미담만 책이 되는 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었다.

꿈을 꾸며 살아간다면 오늘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새로운 일의 밑거름이 될 뿐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말.

정답.

콜센터 상담원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열심히 달렸던 나의 20대와 꿈을 이루지 못한 나의 30대가 생각나는 것은 나도 지은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누구든 힘든 시기는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는 나도 무엇인가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책하지 말고, 오늘까지 잘 견뎌준 나 자신이 최고라는 말도 꼭 하고싶어 졌다.

 

콜센터 상담원, 주운씨.

상담원의 이야기를 읽다말고 나 자신을 다독이게 되는 묘한 책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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