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의 비밀일기
마담 이포 지음, 마시모 알파이올리 그림, 황정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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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행운을 부르는 마녀.

하지만 마녀라기엔 너무 예쁘게 생긴 여자.

 

자존감을 되찾는 마법의 주문을 배우자!

 

자존감.

언젠가부터 내 안에서 조금씩 작아져버린 존재.

행운을 부르는 마녀와 함께 그 존재를 되찾을 수 있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느낌이다.

 

감동의 자기개발 레시피.

 

그리 두껍지도, 어려워보이지도 않는 책이기에 빨리 읽어서 내 자존감을 빨리 회복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넘기고 두 장 넘기면서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생각할 주제가 많았고, 잊고 있었던 것도 많았다.

기억하지 않고 스쳐지나간 것들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그동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너는 나처럼 아름다워지리라.

너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리다.

 

달의 혜택이라는 글 속에 이 글귀를 읽고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거울 속 내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빈말로라도 나를 예쁘다 말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나보다 남을 더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생각이 많아지니 책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과정을 받아들이기까지.

책 한 장의 무게가 이처럼 무겁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존중하기에서 해본 신성한 동그라미 의식.

작은 종이위에 그려진 동그라미 안에 내 이름, 나와 가까운 사람, 나의 초대하에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인생에서 멀리하고 싶고 연관되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보는 것.

처음 이 동그라미를 보고 나의 인생에서 멀리하고 싶은 것부터 적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버려버리고 싶은 것.

빨리 적어서 찢어버리고 싶다는 느낌.

하지만 책 속에서는 이름부터 또박또박 적으라 한다.

 

당신의 우주에서 중심은 당신이니까요.

 

이 짧은 글귀 하나가 나를 감싸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모두 날려버렸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다른 것에 얽매여 살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긴 한숨과 함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 머릿속에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던 것이 어쩌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묘한 책.

책의 빈 공간을 보며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내 머릿속은 나라는 사람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오래 읽게 된 책.

언젠가 다시 내 자존감이 점점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면 이 책과 연필을 들고 따뜻한 햇살아래에서 한 번 더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내 자존감을 찾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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