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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의 적정선
백두리 지음 / 사이행성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솔직함.
언제부턴가 나는 스스로를 가리며 살아왔다.
남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만큼만.
그런데 어느 날 그 부끄러움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 그대로인데 어떤 사람들은 나를 깎아내리기 바쁘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띄워주기 바쁘다.
누구와 만나는지에 따라 변하는 나의 모습.
누구와 비교가 되는지에 따라 한없이 높아졌다가 또 한없이 낮아지는 나의 모습.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나를 전부 까발릴 만큼 믿을 사람도 없다는 사실.
나만 이런 것일까, 나만 사람들과 어울리면 기를 빨리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이런 심리를 이해하고자 책을 읽으면 무엇인가 나는 잘못된 사람인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위로로 가득한 글이지만 위로받지 못하고 책을 덮어야 했다.
백두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
슬쩍 넘겨본 페이지에 적힌 글귀.
어떤 것은 꼭꼭 숨겨도 눈치 없이 드러나고
어떤 것은 조금씩 새어 내보내는데도 누구하나 알아채지 못한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나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몰랐으면 하는 맘에 얼버무린 말은 꼭 제일 몰랐으면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눈치 챈다.
내 입으로 꺼내긴 그런데, 눈치 좀 채주면 안 되냐고 티내며 흘리는 말은 눈치 100단인 친구마저도 알아채지 못한다.
어쩌면 이 작가는 나와 가장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대단한 학위를 가지고 있는 박사님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경험을 한 호호할머니가 아니더라도.
나와 비슷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나와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조금은 소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솔직하고, 많은 생각을 하지만 복잡한 것은 싫고.
작은 일에 끝도 없이 진지해지고.
그렇지만 다른 이들과 두루뭉술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의외로 닮은 점이 많은 작가라 그런지 글을 읽으면서 이거 내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라는 것.
책을 읽으며 나 같은 사람이 꼭 한명은 더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이 어쩐지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솔직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마음을 모른 체하니 몸에서 대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괜찮아지지 않으면 안됐고, 괜찮아질 거라고 믿어야만 버틸 수 있었던 하루하루가 몸에 새겨져,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나의 상태를 부정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버렸다.
나는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그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