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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육아중 - 아들 때문에 울고 웃는 엄마들을 위한 육아그림 에세이
장은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육아란 참 어려운 일이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막연히 힘들겠거니 생각만 했었다.
그러던 내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들 둘을 키우다 셋째를 임신해 있는 동안 셋째는 성별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10명중 9명에게 들은 것 같다.
딸이라는 말에 대부분은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변에 아들 넷인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는 할머니들이 보면 열에 다섯은 혀를 차고, 나머지 다섯은 아들 복 많이 좋겠다고 말을 한다고 했다.
성별에 차이 없이 그저 내 아이이기에 예쁜 것인데 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다둥이 맘들을 바라본다.
특히나 아들을 키우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아들 둘을 키울 때 많은 사람들에게서 동정의 눈빛을 받아보았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아들 셋 맘‘이라는 표지의 글귀.
작가도 평탄치는 않았겠구나 하는 동료애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막둥이 쭈쭈 먹이고
둘째 녀석 자는 거 확인하고
짬나는 대로 그리는 그 시간이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참 좋았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가 아니라
그냥 그림 그리는 시간 동안
오롯이 나인 것 같아서.
아이를 키우기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
내 이름 석 자보다 누구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시기.
예쁜 내 자식이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그 시기.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자신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시기이기에 더 그런 것 같다.
뭣 모르는 사람들 말마따나 ‘집에서 노는데
왜 이렇게 온몸이 천근만근 아프고 피곤한 걸까?
맘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뭐가 힘드냐는 말.
저 말에 참 많은 아이 엄마들이 섭섭해 하고 화를 냈다.
겪어보니 저 말처럼 다른 이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부에게는 집이 직장인데, 직장에서 노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아이 놀 때 쉬면되지 않느냐?
집에서 애 키우는 게 제일 쉬운 일이다.
식기세척기에 그릇은 스스로 걸어 들어가나요?
청소보다 정리가 힘들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세탁물 뒤집어진 것, 주머니 내용물 확인, 세탁 후 건조시키기, 건조된 세탁물 개기.
그리고 아이는 혼자 놀지 않아요.
엄마 되고선 화장실을 제때 못가서 변비 왔어요.
애 키우는 게 제일 쉬운 일이면 우리 애 1시간만 봐주세요.
눈으로 보는 see말고, 돌보는 care요.
옆 테이블에서 어떤 젊은 남자들이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들은 회사에 가서 뼈 빠지게 일하는데 아줌마들은 이렇게 팔자 좋게 외식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어휴, 댁들한테 도와달라고 안 했으니 한심하게는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아저씨들아! 몇 달 만에 나온 외식이라고!
밥 때려 넣는 거 못 봤니? 모르면 말을 말아.
참 공감가는 상황.
인터넷에 보면 이런 상황을 남편 돈으로 놀고먹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이를 키우면 밖에 나가 밥도 못 먹는 것일까?
내 남편은 힘들게 돈 버느라 고생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있는 동안은 화장실 가는 것이나 밥 먹을 때 누가 방해하지는 않는데.
집에서는 애 챙긴다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밥.
밖에 나와 그나마 남이 차려주니 입이든 코든 넣을 수라도 있는 것인데.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전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먹고 싸는 것 밖에 하지 못하던 갓난쟁이를 사람 만드는 일이니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감할 수 있는 육아이야기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
육아로 지친 사람이라면 웃으며 울며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