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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일주 전성시대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정화용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세계일주.
하고는 싶지만 금전적인 문제나 시간적인 문제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여자인 나의 경우 안전상의 문제로 다른 나라에 여행가는 것을 쉽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여행이라는 것을 하기 전에 안 되는 점부터 나열하는 나의 성격상, 아마도 세계 일주는 힘든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제목부터 나 같은 사람에게 충고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지은이는 책의 서두에 우리가 세계 일주를 하기에 참 좋은 조건을 가졌다는 말을 해주고 있었다.
지은이보다 고지식한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의 생각도 맞는 말이긴 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더 나은 길인지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기에,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위험한데 뭐가 위험하지 않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은이 역시 많은 어려운 상황과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지만 그보다 더 나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일을 한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이 책에서 지은이가 여행한 나라는 나 역시 가고 싶었던 나라가 있었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풍경이나 유적지 사진만 보면 죽기 전에 이곳은 꼭 가봐야지 라는 마음이 들 정도인 곳인데 치안이 위험해서 절대절대 가면 안 되는 곳이라 익히 들어온 곳들.
인도가 그 최고봉이었고, 이란 역시 여자는 여행하기 힘든 곳이기에 그러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해보는 세계일주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조금은 날 것 같은 느낌으로 서술한 여행 이야기들이 현실감을 극대화 시켜주었다.
나아가 내가 은연 중 하대하던 모든 외국인들에 대한 태도를 고쳐먹었다.
때론 나를 귀찮게 하고 바가지를 좀 씌우면 어떠랴.
그들이 내 물건을 훔치는 것도 아니고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역시 여행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미 한 달 전에 파키스탄이 얼마나 친절하고 따뜻한 나라인지, 그로 인해 미디어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이미 보지 않았던가.
모든 판단은 내 두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한 후에 내려야 한다.
가보지도 않고 “그곳은 위험한 나라야.”라고 쉽게 말하고 싶진 않았다.
가장 공감이 가는 말.
방송을 통해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그의 부모님과 통화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다.
그 때 그 외국인의 부모님이 처음 물어본 것이 전쟁이 날 것 같지는 않냐 는 물음이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성상 외국에서는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여행하기 꺼리는 나라라는 말을 그 때 처음 들었다.
그와 같은 것일 것이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만 기억하는 나이기에 그 나라의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위험한 나라, 그 곳은 위험한 곳.
지은이가 다녀온 여러 나라들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본 것과 같이 소매치기가 많은 곳도 있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 나라도 있었고, 군인이 총을 들고 국경을 지키는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여행자를 다독여주고, 보살펴주고, 자신의 것을 더 많이 내어주며 도와주려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겁이 많은 나이기에, 그리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기엔 붙잡는 것이 많아 여행을 가기 힘들지만 이 책을 읽고 하나의 걱정은 지웠다.
어느 나라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모두 존재하는 것이기에 선입견은 가지지 말자는 것.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세계 일주를 다녀오고 싶다.
여행 에세이는 언제 읽어도 가슴이 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