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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
정은진 지음, 윤혜지 그림 / 렛츠북 / 2018년 12월
평점 :

최근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각지대에서 항상 없는 듯 지내던 장애인들.
티는 나지만 너무 티 나지는 않게.
군데군데에서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일 처음은 웹툰이었다.
꽤나 인기가 있던 그 웹툰은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그리는 것이었다.
자신의 일상을 그렸기에 가끔은 가슴 아픈 내용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오늘 하루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그들.
단지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책도 장애인의 이야기였다.
조금은 각색되어진 소설 같은 느낌의 이야기.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쉽다.
‘그래도’행복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만 가치 있다.
예쁘지 않아도, 왕자 없이도 그럭저럭 살만해!
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느낌의 책이었다.
아기천사 띵이.
글을 잘 쓰던 천사 띵이는 어느 날 핑크빛 봉투를 받게 된다.
우리로 치면 군대영장 같은, 보기만 해도 열 불나는 그런 것이라는 봉투.
사건 사고가 가득한 시끄러운 동네, 지구.
그 곳 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로 여행을 가야하는 띵이.
지구로 내려가는 띵이는 부모님이 될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내려가지만, 아주 큰 난관이 펼쳐지게 된다.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로 지구로 가게 된 띵이.
그리고 몸이 불편한 띵이.
그런 띵이지만 부모님의 노력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재미있는 인생을 살게 된다.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의 삶.
과연 어떨지 시작부터 궁금했다.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경험해 본적은 있다.
눈을 감고 생활해본다든지, 귀를 막고 생활해본다든지.
앉아서 모든 것을 해보려 노력해본다든지.
하지만 이런 것은 그저 몇 분 동안 그 불편함을 알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이라는 인생을 사는 띵이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난 정말 이상한 거야.
그냥 난 내가 나 자신을 인식할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는데, 왜 사람들은 이걸 굳이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책의 군데군데 나오는 띵이의 생각.
나 역시 장애를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들을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띵이의 생각을 읽고 나니 혼란스러웠다.
장애인이 아니라 해도 많은 부분을 극복하고 이겨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잠이 많지만 극복해라, 덜 자고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왜 그것밖에 하지 못하니, 더 열심히 더 더 열심히 해봐.
장애인과는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우리는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어떠할까?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모습인데 그것마저 극복해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모든 장애인이 같은 상황은 아니기에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많은 생각차이가 있다는 것.
사람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라는 말을 늘 들어왔는데, 내 생각 한편에서는 장애인은 모두 하나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어리석은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책장을 넘기고 넘길 때 마다 장애인의 삶이란 것이 참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복지혜택.
집밖을 나가는 문턱부터 당황하게 만드는 여러 시설들.
그리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
장애인들도 우리와 같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장애인이든 아니든,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듯, 우리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든 타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아기천사 띵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은 조금 더 웃으며 살 수 있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