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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그림책 1-1 ㅣ 제목 없는 그림책 1
재미난그림책연구소 지음 / 책놀이쥬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아이들과 책을 보기 전 제목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 제목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오늘 책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 라고 물어본다.
줄줄줄줄..
영희가 철수를 만나서 놀이터에서 같이 논 이야기.
사자의 인생.
여우가 하루 종일 무엇을 했을까요?
본인의 머릿속에 남은 내용으로만 만들어 내는 제목.
책의 진짜 제목과 비슷한 제목을 만든 날이면 아이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지만 전혀 다른 제목이면 아이는 풀이 죽는다.
아직은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 크게 실망하는 나이이기에 괜찮다고 알려주지만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
이 책은 정말로 제목이 없다.
제목 없는 그림책.
아이가 신기해한다.
표지만 보고 어떤 내용일지 이야기를 해본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달팽이 똥 이야기부터 나온다.
책 표지에 제목이 없으니 표지를 보고 아이와 할 이야기가 많다.
보통 표지에 제목이 있어서 책을 모두 읽은 후 표지를 보던 편이었는데, 표지만 보고 책의 내용을 상상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아이는 달팽이 똥 이야기라는 예상.
나는 달팽이의 하루를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예상해보았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책을 읽으며 비워진 칸에 들어갈 말도생각해 보고, 비워진 그림 속에 어떤 모습이 들어갈지도 상상해 보았다.
짧지만 제목을 스스로 지어야한다고 이야기 해주니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예상한 똥 이야기가 나오니 엄마가 틀렸다며 즐거워하는 아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았다.
내일은 또 다른 제목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책의 제목을 적지 않겠다는 아이.
연습을 많이 해서 예쁜 달팽이를 그려 넣을 것이라고 달팽이 그림도 그리지 않는 아이.
본인이 완성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지 갑자기 신중해진다.
비워진 제목부분을 자기가 완성해야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두 번 세 번 읽고 난 후에는 어떤 제목을 지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