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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 -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
리즈 프린스 지음, 윤영 옮김 / 윌컴퍼니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남자.
그리고 여자.
난 아이를 셋 키우고 있다.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
며칠 전 여동생에게 맞고 우는 둘째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우는 거야."
라고 말을 했다.
하고나서는 나도 아이도 순간 멈칫했다.
"엄마, 왜 남자는 세 번만 울어??"
어릴 적 듣고 자란 말이라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렇기에 더 놀랐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고 있었구나하는 것.
주인공 리즈.
그녀는 톰보이다.
남자아이 같은, 아니 이 말도 틀렸다.
흔히 남자들이 편하게 입는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고 몸을 쓰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여자아이.
남자아이들이 편하게 입는 옷은 하늘하늘한 예쁜 옷은 아니지만 누구든 입을 수 있는 옷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영락없는 남자아이 같은 외형이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놀림도 많이 받고, 따돌림도 받았다.
하지만 리즈는 그런 것보다 원피스를 입는 것을 더 싫어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따돌림 당할 수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 말을 기억하세요.
"막대기와 돌이 내 뼈를 부러뜨릴 순 있어도, 말로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한다."
내가 어린 시절 그녀를 만났으면 아마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여자이기에 여자 같아야 한다는 점을 당연하다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처음 중학교에 들어갈 때, 교복이 치마라는 사실을 알고 좋아할 만큼 난 치마를 좋아했다.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옷차림인지 아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나도 왜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하는지, 머리를 길러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체성에 혼란이 올만큼은 아니었고, 10명중 9명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아니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성장해 온 나이기에 어릴 적 그녀의 삶은 놀라웠다.
그녀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부모님이나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놀라웠다.
아이 개인의 생각과 취향을 전적으로 맞춰주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런 어른들보다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어른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은 얽매인 고정관념 속에서 살지 않게 하겠다 생각했는데 나 역시 똑같이 살고 있었다.
남자답게 울지 않아야 되고, 여자답게 머리를 기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는 당당한 사람이다.
남자나 여자로 분류되기 보다는 '나'로 분류되는 그녀.
성의 경계.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사람을 봐주는 세상.
어쩌면 모든 아이들이 한번쯤 가져볼 수 있는 고민.
그것을 아주 친근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그녀의 성장이야기.
만화형식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어려운 말 가득한 깨우침을 위한 책이 아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리즈 프린스는 젠더 규범에게 꺼지라고 말하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얽매여 자신을 억압하지 말고 스스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삶.
그녀가 보여주는 별것 아닌 모습이 참 멋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