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엄남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ㅡ외국에는 장애인들이 너무 많더라.

나 깜짝 놀랐어.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외국에는 장애인이 많을까?

그 땐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저 우리나라는 미리 초음파로 확인을 하니 장애가 있으면 낳지 않는 것이 아닐까? 라는 짧은 생각만 했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혼자 밖에 나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도 틀린 부분이 많아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얼마 전에는 지체장애인들이 지하철 엘르베이터 설치 의무화를 위해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계단 옆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다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

외국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장애를 가지게 된 아이.

너무나도 잘 뛰어놀던 아이가 다리를 잃었을 때, 엄마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너무 편안해 보였다.

그저 아이와의 오롯한 시간을 가지게 해준 이 상황을 고마워하는 듯 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괴테가 말했다.

아들과 나는 속도를 늦추지만 그 방향이 아주 올바른 삶의 방향임을 느끼고 오늘도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서 아주 천천히 느리면서 불편하게 생활한다.

 

책 속에 녹아있는 엄마라는 힘 있는 존재가 멋있었다.

당당하게 이겨내는 아이도 멋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찰나의 사고가 아이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상황은 너무 가슴이 아팠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 닫혀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마트 같은 곳에 가면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종종 본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갔다는 느낌이지만 기억이 난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냥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휠체어를 탄 사람이 지나갔다는 것.

아직 나의 인식도 그들을 그저 평범한 사람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가족에 관한 따뜻한 말들도 많았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어린 아이를 대하는 말투부터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부분까지.

이상적인 육아를 하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성장하는 엄마의 모습까지.

 

남편이 족발도 혼자 먹으니 맛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

혼자서 먹는 족발은 맛이 없다.

가족이 같이 먹어야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 험한 인생길을 혼자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함께 살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사는 맛이 난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같이 갈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

 

아이의 장애로 마음 아팠을 것 같은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너무 잘 이겨내는 것 같이 보였다.

물론 책에 쓰지 못할 아픔도 많았겠지만 그냥 행복해 보였다.

바쁘게 사는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아버린 삶.

 

아이의 장애는 그저 살아가는데 조금 불편한 것이라는 말.

그 불편함을 보듬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일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들도 꿈을 꾸며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내일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