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20대 암 환자의 인생 표류기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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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암환자의 인생 표류기.

 

22살에 암에 걸린 프로 아픔러.

본인의 소개가 참 인상 깊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살지 못하는 삶의 부분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이유가 크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적은 책을 좋아한다.

 

암.

내가 아직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기에 어떤 느낌의 책일지 궁금했다.

암과 잘생김이 무슨 관계인걸까.

항암치료로 머리를 빡빡 민 것은 보았지만 그 정도로 잘생김을 포기까지 해야 되는 것일까?

 

책을 읽고 있자니 책 속 작가는 그저 암이라는 삶의 한 부분을 더 경험한 사람일 뿐이었다.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던 암환자의 슬픈 삶이 아니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하고 조금 더 재치 있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처음 입어보는 상복이 어색했다.

각자가 향을 피우고 저마다의 추억들이 교차했다.

...

하지만 두 시간 정도 지나자 증조할머니의 장례식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죽은 사람을 위해 울지 않았다.

...

그 때 또 불현듯 깨닫게 된다.

타인의 죽음은 그렇게 오래 남아있지 않다는 걸.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이다.

타인의 아픔과 죽음은 내 일이 아니라는 것.

간접적으로 그 아픔과 슬픔과 현실을 마주할 수는 있지만 이건 내 삶이 아니라는 것.

나보다 죽음이라는 것에 더 많은 생각을 해본 사람이기에 죽음이라는 것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저 삶 속에 언제나 안고 같이 가야할 문제를 하나 다루듯.

 

고통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벗어던지면 단지 아프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사실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뜻을 평생 이해하지 못했으면 한다.

이 말을 공감하는 사람의 눈빛을 상상하는 일은 슬프니까.

 

책 속엔 나와 똑같은 평범한 30대의 철없는 모습도 있었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겪으며 얻은 진중한 모습도 있었다.

 

두려움.

참 많은 상황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다.

얼마나 더 아파야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두려움이 사라진 사람이라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단정 지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며 아픔에 무뎌진다는 말.

이 말이 두려움을 벗어던지다 는 뜻과 닮아있지 않을까.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얼마나 아픈지 가슴 한 켠이 알고 있기에.

 

책을 모두 읽은 뒤엔 참 친해진 느낌이었다.

그가 적어 내려간 평범한 일상이야기가 그냥 친구의 수다를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소소한 일기 편은 내 지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았다.

회는 못 먹지만 초밥은 좋아하는 내 친구.

횟집에 가서 공깃밥 시켜 줄 테니 밥 먹자고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그 특이한 식성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니 놀라웠다.

또 작가 어머니의 풀 시체냄새 이야기.

나는 늘 풀이 잘려나간 후 나는 냄새를 맡으며 왠지 오싹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평소보다 유난히 진하게 나는 냄새.

숨이 다하기 전 마지막으로 풍기는 그 냄새가 진하면서도 유난히 슬펐다.

무심결에 중얼거리며 미안해..라고 말할 때가 있었는데 늘 친구는 넌 특이하다 말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반가웠다.

 

나는 그저 개인적으로 힘이 됐던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고플 뿐이다.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이 지구의 운명이 너에게 달려있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당신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덤덤하게 적어 내려간 이 말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지금 죽을 듯이 힘들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죽지 않았고, 지구가 멸망한 것도 아닌데.

언젠가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해먹겠다 싶을 때 꼭 되뇌어보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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