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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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출구.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소녀.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야.

사랑은 본능적으로 생겨나는 거라며

그런데 왜 나는 낯선 거리에 남겨진 걸까.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한 출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책의 표지를 보며 쉽게 첫 장을 넘기지 못했다.

책을 보기 전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좀 어울리지 않는 표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 소녀는 무엇을 찍고 있는 것일까?

 

중학생 시절.

우리 반에는 한 언니가 있었다.

문제아.

선생님은 그 언니를 그렇게 불렀다.

그 언니는 내 뒷자리에 앉았는데 수업시간동안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말을 붙여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며칠 학교를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대답 없고 잠만 자는 언니와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부터 언니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그 언니를 의외의 장소에서 보았다.

언니도 나를 보고 놀라고, 나도 놀랐다.

언니는 나이가 조금 있는 남자 두 명과 내 옆을 지나갔다.

나는 뒤늦게 언니를 불렀지만 언니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학교에서는 출석일수 부족으로 퇴학처리가 되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그 후 언니가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나는 그 언니가 다시 생각났다.

그 때, 말 한 번 더 걸어 볼 것을.

그 언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제아.

이 책을 읽으며 문제아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ㅡ지능, 성격, 행동 따위가 보통의 아동과 달리 문제성이 있는 아동. 넓은 뜻으로는 이상아, 특수아, 결함아 등을 뜻하지만 좁은 뜻으로는 주로 행동 문제아를 이른다. [비슷한 말] 문제 아동.

 

ㅡ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고 말썽만 피우는 학생.

 

이런 학생들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저 획일적인 학교생활이 싫고 사회에 부정적인 감정만 가진 사춘기의 반항.

그냥 이정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사랑을 주는 것을 하지 못하는 상태.

 

책이 너무 금방 읽어졌다.

어려운 것도 없었고, 읽으며 막히는 것도 없었다.

이 또래의 아이가 이런 상황에 닥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겠구나.

너무 와 닿는 현실이었다.

부모도 없이 할머니와 살던 아이가 사랑받고 살아가는 아이의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것.

삐딱하게 접근 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문제아.

아직 세상의 어두운 면을 모르고 너무 많은 문제를 가진 문제아.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면 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많은 문제를 차근차근 알아가고 배워나갔으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장미.

너무 예쁜 이름을 가진 소녀.

하지만 그 소녀에게 인생은 너무 힘든 매일의 연속일 뿐이다.

본인 혼자서도 살아가기 힘든 삶인데 장미는 책임져야할 아이도 있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장미에게 더 나은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한걸음 나가면 누군가가 두 걸음 잡아당기는 삶.

그 나락에서 손을 내밀어준 사람.

부모도 아니기에 더 비참해지고 싶지 않지만 살기위해 자존심은 접어야한다.

누군가의 관심.

장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

누군가의 도움.

장미가 사람처럼 살 수 있게 내밀어준 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면인 입양문제.

그리고 그 어두운 면을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탈.

그 일탈을 만드는 가족의 비이상적인 모습.

평범한 모습을 가지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일들.

 

그제야 다시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빗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

그리고 너무 앳되어 보이는 얼굴.

단정하고 예쁜 모습.

 

엑시트.

 

소녀가 카메라 너머로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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