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이상.김유정 지음 / 홍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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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김유정 서거 81주기.

이 두 천재의 작품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상은 난해한 글 때문에 사춘기 때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그의 글을 읽었었다.

해석이 아주 다양한 글들.

 

이봐, 누가 좀 불을 켜주게나. 더듬거리면서 겨우 여기까지 왔네 그려.

이렇게 캄캄해서야.

이젠 아주 글렀네. 무서워서 한 발자국인들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이봐, 누가 좀 불을 켜주게나

ㅡ이 상,<누가 좀 불을 켜주게나>

 

특히나 이 부분을 많이 좋아했었다.

이상.

그는 그가 살던 시대적 상황을 빗대어 적은 글이겠지만 한참 많은 생각을 하던 사춘기 시절 나에겐 이 글이 참 많이 와 닿았다.

독서실 책상 앞에 늘 적어뒀던 글귀.

캄캄한 앞날을 밝힐 것은 공부밖에 없다며 되뇌곤 했었다.

30 중반이 된 지금 이 글귀를 다시 읽으니 기분이 새롭다.

내 앞날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답답해하는 내 지금 모습 같기도 하고.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기에 그의 천재적인 표현력이 새삼 대단하다 느껴졌다.

 

그의 난해한 시가 좋아 그의 시를 모으기도 했었다.

난해하기에, 그 의미가 모호하기에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시를 읽고 외우기도 했었다.

이제 그보다 더 나이를 많이 먹은 나.

다시 그의 시를 읽어보아도 난해하고 어렵다.

진정 그가 천재였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당분간은 고난과 싸우면서 생각하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의 작품을 못 쓰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말라비틀어져 아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지금의 자세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가 H형에게 보낸 편지.

37년 1월이니 그가 세상을 뜨기 불과 몇 달 전이다.

복잡한 시대적 상황과 본인의 삶.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편지 한 장에서 모든 것이 느껴졌다.

 

아아, 나는 영광이다, 영광이다.

오늘 학교에서 호강나게를 하며 신체를 단련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강이 나의 가슴 위에 와서 떨어졌다.

잠깐 아찔했다.

그러나 그것뿐으로, 나는 쇳덩이로 가슴을 맞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안했다.

나의 몸은 아버님의 피요, 어머님의 살이요, 우리 조상의 뼈다.

나는 건강하다.

호강으로 가슴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다.

아아, 영광이다, 영광이다.

ㅡ김유정, 생전에 쓴 일기 중에서

 

김유정.

봄봄이라는 소설로 아마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생들은 그를 알 것이다.

순수한 사랑의 모습.

그 소설을 읽을 때 가슴이 간질간질함을 느꼈었다.

 

어찌 보면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의 두 사람.

그들의 우정과 가슴 아린 삶.

 

그들은 왜 그렇게 일찍 떠나야만 했을까?

또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던 시는, 소설은 어찌 잊고 갔을까?

 

책 뒷면에 적힌 이 말이 참 와 닿았다.

그들이 더 오래 살았다면 우리에겐 더 많은 작품들이 남았을 텐데.

 

마지막에 적힌 1939년 5월 청색지에 발표된 작품.

이상이 소설체로 직접 쓴 김유정에 관한 이야기.

그 이야기 속 이상과 김유정은 패기와 천진난만함을 가진 20대 청년 그 자체였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지는 작품 속에 모두 담겨있다.

하지만 그저 20대의 청년들로만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깊이 있는 작품만 남겼기에 그들의 모습을 위트 있게 적어내린 글은 왠지 가슴이 찡했다.

좀 더 좋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태어났더라면 더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책.

참 가슴이 저리게 만드는 책.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어렵지만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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