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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피오르 양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한 페리 운전수가 있다.
삶의 마지막 날 그는 자신의 일지를 들여다보며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한 사나이의 삶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닐스 비크는 열네 살부터 사람들을 도시와 섬으로 이어주었다. 그의 일지는 총 25권이 되었다.
그는 그 안에 있는 삶의 기억들을 떠 올린다. 그의 배는 많은 이들의 존재의 작은 일부였으며 일상의 작은 휴식이 되어주었다.
닐스 비크에게 그의 배는 큰 의미를 지녔고 삶의 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 마르타가 있었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의 승객이었던 사람들과의 시간을 떠올린다.
그는 그 배 위에서의 삶과 가족들과의 사간을 사랑했다.
오해의 순간, 배신감과 고통, 연민과 후회의 감정들을 맛보았지만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삶을 사랑했던 순간들의 기억으로 미소 짓는다.
인생의 마지막 날 담담히 물처럼 흘러갔고 회오리치고 유영했던 삶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자기 자신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들어주고 도와주며 삶의 운명, 한계, 저마다의 삶의 방식 등을 생각했다.
매일 보는 같은 배 위에서의 풍경은 매일 같지 않았다. 매일 보는 사람들도 그러했다.
어떤 일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같은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변화하는 풍경과 사람의 마음을 책 속의 문장들은 잘 표현하고 있다.
"나는 피오르 같은 사람이다. 피오르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는다."
언젠가 배는 멈출 테지만 그는 매일 앞을 향해 출발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저 마다의 방식으로 죽는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건 죽음의 순간이 아닌 오늘 삶을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피오르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삶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누군가 보기에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돌보고 여기저기로 실어 날랐다. 그는 행복했다.
그곳에 살았지만 몸만 머물렀던 사람들과 달리 그는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마음을 딛고 살았다.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자신의 죽음 앞에서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여인이 있었다.
닐스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죽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 마르타는 홀로 죽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한다. 마르타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을 때 홀로 있고 싶어 했으나 그는 그녀를 혼자 둘 수 없었다.
인생의 마지막 날 그는 죽은 자들을 만난다. 그가 가장 만나고 싶어 했던 이는 사랑하는 마르타였다. 누구나 언젠가 죽음의 날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날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닐스 비크는 이날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 날에 비로소 보였던 많은 것들을 느낀 그날처럼 매일을 살아가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인생의 배 위에는 많은 사람이 탄다. 나는 도움을 주는 이가 될 수도 받는 이가 될 수도 있다.
삶을 불평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있다. 오해의 시간들을 이해의 시간으로, 미움의 시간을 사랑의 시간으로 보낼 수도 있다.
무엇이 최선인지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삶의 마지막 날이 아닌 매일 매 순간 깨닫고 물어야 한다.
삶의 마지막 날은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릴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닐스 비크는 그의 삶을 담담히 회고하며 알려주고 있다.
삶을 사랑하는 것, 어제의 배나 어제의 배가 아닌 오늘의 배 위에서 삶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고요한 바다뿐만 아니라 요동치는 바다까지도 사랑하는 삶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