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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송사리는 무리를 지어살며 환경 변화에 내성이 강하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기에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강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사리 하우스는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소소한 갈등과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같은 사건도 이야기의 화자가 달라지면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일, 연예, 결혼, 가족에 대한 그녀들의 고민들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와닿는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이 집은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 집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딱 2주 전이다.
_ 16p
연예운은 없지만 연애를 갈망하는 직장인 하루키는 드라마같이 첫눈에 반해 꿈같은 연애를 하고 어처구니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할 거 다 해놓고 "근데 우리가 사귀는 거 아니지 않나?" 소리를 듣는 결말을 맞이하고야 만다.

연극을 하는 배우 나치는 드라마 오디션 제의를 받고 유명한 배우가 되기 위해 수위 높은 노출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어쩌다 유즈에게 상담을 하게 되고,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의견을 나눠준다.
인생 앞에서 망설여본 사람은 안다. 망설여보았기에 선택 앞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이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네고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내리도록 돕는다. 든든한 줄기 같은 응원의 말들은 큰 힘이 되어준다.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다. 즐거웠던 기억도,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것을 잊는 건 아니지만 완벽하게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도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거다. 제아무리 깊은 슬픔에 휩싸여도 인간이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건 '잊는다'는 기능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_68p
같이 산다는 건 규칙이 필요한 일이다. 친한 친구와도 같이 살면 사소한 일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셰어하우스에서도 쓰레기 배출 문제로 말다툼이 일어난다.

일과 결혼 사이에서 망설이는 커리어 우먼 가에데는 일로 최고가 되고 싶다. 결혼하면 커리어는 끝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한다. 그런 그에게 셰어하우스의 나치가 시크한 듯 진심 어린 마음으로 조언을 한다.
서로 달라서 오해도 하지만 서로 다르기에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다름 관점의 조언은 고민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바라보고 결단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셰어하우스의 집주인 유즈의 가정사는 복잡하다. 유주는 같이 사는 이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유즈의 가정사는 느닷없이 더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삼켜왔던 말을 용기 있게 꺼내게 된다.
눈물을 흘리는 유즈를 하루카는 나무라거나 위로하지 않고 그저 지켜봐 주었다. 그리고 울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생각이 생각으로만 그친다면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아, 제대로 말로 하지 않으면 안 돼. 알아차려 달라, 이해해 달라 같은 건 응석일 뿐이야.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제대로 말로 해야 해. 인간은 초능력자는 아니거든. 남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마음속이 어떤지 결코 읽어 주지 않아."
_ 202p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살아간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고, 절망의 시간을 지나 또 일어나 살아가게 된다. 그 터널 같은 시간 속을 밝혀주는 것은 사람의 온기이다.
피를 나눠야만 가족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힘들 때 위로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가족과 같은 정을 느끼게 한다. 같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송사리 하우스의 입주민들에게 그러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각자 인생의 색깔은 모두 다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선택하며 성장해나간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빛깔이 달라진다.
벚꽃은 힘껏 만개하고 언젠가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다음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피어난다. 떨어질 걸 알지만 환하게 만개하는 벚꽃처럼 다시 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