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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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화부》 

주인공 카를은  가정부가 그를 유혹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미국으로 보내진다. 그는 배에서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 화부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그를 돕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는 화부와 함께 선장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카를은 부조리한 시스템에 맞서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연대했지만, 고위직 인물인 삼촌의 등장으로 부조에 맞서는 투쟁은 쉽게 소멸되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시작하려던 정의를 위한 투쟁은 단절되고 개인의 안위를 선택한다. 


개인의 운명 앞에서 시스템에 대한 부조리에 좌절하지 않는 투쟁은 얼마나 연역한가를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전태일 열사같이 시스템의 부조리 속에서 인간적인 가치를 상실하지 않으려고 투쟁한 분도 계시다. 그렇기에 그분의 실존적 투쟁은 더욱 위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고》

게오르크는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약혼했지만 자신의 불안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친구에게 거짓 편지를 썼다. 약혼을 앞두고 사실을 전할 용기를 냈다.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자 아버지는 권위를 드러내며 일어나 사형을 선고한다.


게오르그가 저항 없이 선고를 숙명처럼 받아들인 것은 권력에 저항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권력이 사라져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 했지만, 내면의 죄의식 앞에 그는 다시 무너지고 만다. 가부장적 질서에 짓눌려온 그가 선고를 거부할 힘이 없었다. 


《변신》

카프카의 너무나 유명한  단편인 이 소설을 두 번째 접하며 더욱 가슴 아팠다. 그레고르는 가족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었고 그것을 위해서 먼 거리를 출퇴근하며 경제적 책임을 졌다. 벌레로 변한 상황에서도 그가 걱정하는 것은 변신의 공포가 아니라 출근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가족에게 구원이었던 그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방에 갇혀 고립되고 만다. 생계를 책임지는 그는 당연한 것이었고 벌레로 변해 경제적 기능을 상실한 그는 더 이상 가족일 수 없는 사물로서 규정되고 만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가족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이번에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며 혼자 모든 생계를 짊어지며 소통하지 않았던 그레고리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그가 벌레가 된 후 세 가족은 힘을 합치고 소통한다. 소통의 과정에서 그들은 협력하며 생존해나간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되찾는다. 운명의 부조리 앞에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소외되고 고립되지 않으려면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소통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는 각자를 존중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 희생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 인간 존재로서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극한의 실존적 위협 앞에서 나약하고, 권력의 시스템 앞에 무너지고 가치는 상실된다. 이 부조리한 실존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기에 카프카의 실존주의 문학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의 세 단편은 <아들>이라는 단편집으로 출간하려 했었다는 점에서 한편의 소설집으로 출간된 것은 의미 있다. 

부조리한 이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존재의 가치는 상실되고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고, 파괴되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는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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