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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ㅣ 도토리 작은숲 4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 고향옥 옮김 / 도토리나무 / 2020년 7월
평점 :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
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 출판
너무 아름다운 표지와 반대되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이 책을 접하기 바로 얼마 전,
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엄마는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더니
자신은 머나먼 미래에 돈이 많이 생긴다면 남극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대화 후에 만난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라는 책의 제목은 나에게 조금 특별히,
그리고 슬픈 충격과 같은 제목이었다.
환경오염으로 파괴되는 지구의 모습이나 남극이 파괴되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들은 대체로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너무 큰 충격이었다.
사진작가이자 환경 포토 저널리스트, 네이쳐스플라넷 대표,
갈라파고스 자연보호 기금 대표로
활동하는 작가는 환상 속의 남극의 실체를 냉철하게 사진 속에 담았다.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는 우리.
지구는 함께 쓰는 공공구역인데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들로 가득차게 했던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이 책의 몇몇 충격적인 사진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너무나 아름답다.
실제로 글들을 읽고 나면 굉장히 위협적이고
언젠가 정말 종말이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아들이 살아있는 생전에 꼭 가고 싶은 곳, 남극.
아이가 태어나고 아기와 함께 자연이란 주제를 처음 만날 때 남극의 황제펭귄은
너무나 경이로운 존재였다.
특히나 부모라는 이름 앞에
아기라는 존재 앞에서 엄마, 아빠가 되어봐야만 알 수 있던 그 벅차고 위대함을
똑같이 지구의 가장 추운 남극이란 곳에서
아기를 위해 두 달 동안이나 먹지 않고 불편한 자세로
알을 품는 황제펭귄은 정말이지 동물이지만
더없이 존경스러울 만큼 위대했었다.
작가는 1995년 처음 마주했던 남극은
자연 그 자체가 지닌 하얀 세계, 감동을 넘어서 몸이 떨렸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단번에 남극을 좋아하게 되면서 수없이 남극을 다니고 있다.
여름에도 남극은 땅바닥이 드러난 곳이 3~4%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지금은 영구동토(여름에도 녹지 않은 채 2년 이상 얼어 있는 땅)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
초록빛 풀이 자라고 땅에서는 이끼와 지의류가 활발히 번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저 사진을 봤을 땐 너무 아름다운 배경이지만
초록 초원 같은 곳에 서 있는 펭귄들은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오르고 있는 것은 물론
제주도 면적의 1,5배의 붕빙이 붕괴되 엄청난 양의 물이 콸콸
쏟아지는 ‘빙하의 통곡’이 시작되고
펭귄 서식지의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땅속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스며들며
물 때문에 약해진 지반이 허물어지고 갈라져 새끼 펭귄들이 떨어져 다치거나
죽는다고 한다.
게다가 귀소 본능이 매우 강한 펭귄들은 원래 있던 둥지로 돌아가 버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새끼 펭귄들은 부모를 잃고 처참한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남극 기지에서 사람들이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새끼 펭귄들을 다른 부모에게로 입양을 보내거나 보강작업을 하지만
역부족임이 사진에서 글에서 충분히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요지부동 새끼 펭귄을 잃은 펭귄들은 아기가 돌아올까
꼼짝 않고 있다니 인간들의 이기심에
죄 없는 동물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거기다 척박했던 남극의 땅이 녹아내리면서 펭귄의 배설물이 쌓여
기름진 땅으로 바뀌고 외래 식물과 새가 가지고 오는 병원균, 바이러스들로
평화로운 남극의 모습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의 세계 남극이 서서히 녹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극에 사는 생물들의 평화로운 생활도 목아서 떠내려갑니다.
마치 지구 전체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암시하듯.....”이란 구절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마음에 다가오는 말이다.
이미 플라스틱 섬이 지구 곳곳에 생기고
넘쳐나는 쓰레기들로 오염되고 있는 지구,
이 쓰레기 산이 남극까지 생겼다니.
환경 관련 책들을 많이 봐온 아이들과 나지만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다.
겨울에 눈 밑에 숨어 볼 수 없던 쓰레기 산이
여름이 되면 모습을 드러내 펭귄들이 뒤엉킨 철근들 사이에
오고 가지도 못하고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
아이들과 환경오염에 대해 몸소 느끼기에 딱 한 권으로도
충분할 만큼 심각하게 다가왔던 책,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 아이가 머나먼 미래에 돈이 많이 생겨 남극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심각하리만큼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남극이
그때도 존재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마음이 아픈 현실.
나도 당장 실천하지 못했던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넘쳐나는 쓰레기나 환경에 해가 되는 것들을 줄여가며
인간이 누렸던 현재까지의 편리함을 조금은 포기할 용기를 준 책.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읽어 봤으면’하는 마음이 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