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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평점 :
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 출판
울분이 터진다.
<곡계굴의 전설> 왠지 무서울 것 같아서 읽기가 살짝 겁이 났던 책이다.
공포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전쟁 이야기.
마침 광복절을 맞아서인지 더없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곡계굴의 전설>은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로 마음속이 쑥대밭이 된 기분을 주는 소설이다.
적군이였던 인민군 오창수가 어색한 친구가 된 진규에게 던졌던 충고를
들었더라면 이 절절한 소설은 만들어질 수 없었겠지라는 답답함이 계속 남는다.
곡계굴, 충북 단양군 느티마을에서 1951년 1월 20일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담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무너지고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마을 사람들이 피난처로 전쟁을 피해 석회동굴 속에 숨어 지내던 그 날,
소이탄(큰 드럼통에 석유를 넣어 불을 붙여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전멸시키는 무시무시한 폭탄: 네이팜탄)이 동굴 앞에 떨어지면서 삽시간에
3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 전쟁의 비극을 담은 역사이다.
미군과 한국군의 군사 작전으로
미군 전투기가 1·4후퇴로 미군과 한국군이 남쪽으로 후퇴하면서 북한군들이
빈집에 숨어들거나 피난민 속에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한다.
인민군이 마을을 떠나자 전쟁이 끝나간다고 희망을 안고 있던 사람들은
북한군에 의해서가 아닌 아군에 의해서 처참한 죽음에 이른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곡계굴로 피신해 있는 동안 전쟁터에 나간 큰아들 진수를 기다리며
남쪽으로 피신을 갈 수 없다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와 여동생 분희와 9살 철없는 진배를 돌보며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살아간다.
폭격을 맞아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곡계굴로 가족들을 보내는 아버지.
무섭게 하늘에 떠다니는 전투기의 폭격에 대비해 마당 곳곳에 만들어 둔
방공호에서 주무실 아버지가 걱정돼 사건이 벌어지는 날,
진규는 아버지 대신해 집을 지키며
많은 눈이 내려 얼음 같은 방공호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전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은 <곡계굴의 전설>
제목처럼 숨죽이게 하는 섬뜩한 전설은
은폐되었던 사건으로 5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고향 사람들에 의해
세상에 밝혀진다.
과거 역사의 비극을 제대로 알아야 미래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마지막 장을 읽고 나니 충분히 공감되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형이 돌아오기 전까지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진규는 무너지지 않는다.
아군인 미군이 왜 그들을 공격했는지 의문을 가지며
처참한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공부가 이 억울함을 미래에라도 밝혀낼 수 있다는
의지로 살아남은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고 동네 사람들과 집을 고치고
척박해진 마을을 고쳐나간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불구가 된 형의 광기 어린 눈빛에 소름 끼치던 진규지만
전쟁터에서 몸에 남은 상처들보다 형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지
마음을 쓰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집과 재산은 물론 가족 모두를 잃은 이 두 형제의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은 너무나 절망적이었지만 그들에게 남은 억울함을 위해 일어서는 모습은
어떤 강한 힘보다 더 빛났다.
전쟁,
다시는 겪어서는 안 될 이 무시무시한 역사적 사건을
피부로 느껴지듯 생생하고 사실적이었던 <곡계굴의 전설>
우리가 분명 알아야 할 전쟁의 희생으로 마음에 새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