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얼굴에 가지런한 단발머리를 한 시골아이 은서의 학교가는길을 따라가다보니
어렸을적 제 모습이 떠올라 살포시 웃음이 지어집니다. 어린시절의 경북의 소읍에서
보낸 나는 학교는 지척이라 학교가는길에 은서와 같은 두려움은 없었지만 막내인터라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아하곤 했지요.
그때 우리동네에는 소, 돼지, 개, 닭을 키우는 일명 "소먹이는 집"이 있었는데 가축들
이 내는 냄새와 개들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그집에 심부름을 할때마다 대문
저 멀리서 아주머니를 부르거나 개가 잠든걸 확인하고 쏜살같이 달렸던 기억이 있습
니다. 그 소먹이는집에 대한 두려움은 아주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고 특히 개에 대한
두려움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남아있습니다.
은서야 겁내지마를 읽고 문득 생각해봅니다. 그때 내가 그 개에게 한번이라도 웃으면
서 등을 쓰다듬어주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개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졌을까하고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속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계속 두
려움이 되지만 그 껍질을 깨고 그 두려움의 실체를 안다면 그 두려움은 새로운 희망
의 시작이 될수도 있겠지요. 또한 그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도 각각일텐데 이책속에 나
오는 은서는 겉모습만 보고 암닭, 개, 누렁소, 바보아저씨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
니다. 은서가 조금이라도 먼저 그들을 이해하거나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면 은
서는 먼길을 돌고, 학교를 지각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고보면 나를 내보이는것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는것이야말로 우리삶에서의 두려
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이 책은 은서가 학교가는길에 만나는 깡패꼬다기 암닭과 배불뚝이 누렁소, 개 거기다
반쯤열려진 들창문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바보아저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름다운 시골풍경과 함께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의 말미에 보면 은서의 실수로 암닭이 개에게 잡아먹히는 부분이 있는데 극적 긴장감
과 함께 은서가 어떻게 자신의 실수(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고 풀어나갈까 궁금했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어른에게 잘못을 비는 모습이 아닌 은서만의 특별한 방식
으로 자신의 실수를 풀어가고 그럼으로써 은서는 훌쩍 커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면서 스스로 알아가면서 자라는것 같아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격려해주는게 어른들의 몫일테지요.
어른에게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따뜻하게 볼줄 아는 법을
가르쳐 준 정감어린 동화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