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옷 입고 나풀나풀 - 의복 유물 우리 유물 나들이 5
이미애 글, 최미란 그림, 남상민 감수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일흔여섯인 내 어머니는 젊은시절 길쌈을 하셨습니다.
긴긴 겨울밤 손과 무릎이 부르터도록 삼을 삼아 가는 실을 만들고 물레로 잣고....그렇게 겨울과 봄동안 몇번의 작업들을 거쳐 노랗고 가는 실이 된 삼을 여름내내 베틀에 앉아 베를 짜셨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정성과 땀으로 완성된 삼베는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 우리 가족의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번 엄마가 만든 삼베가 옷으로 만들어진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수의였습니다.
젊은 시절 무릎과 손에 피가 맺혀가며 삼을 삼으셨으면서도 정작 본인의 시원한 삼베저고리 한번 해입지 않으신 내 엄마는 마지막 길을 가는 아버지를 위해 손수 수의를 지어셨습니다.
엄마가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한복을 너무나 좋아하는 4살 딸을 위해 만난 "때때옷 입고 나풀나풀"
그런데 또 이렇게 제가 어릴적 추억에 잠겨 자꾸만 자꾸만 펼쳐보고 있습니다.
설날이 다가올 무렵 친구 연이의 고운 때때옷을 보고 부러워하며 엄마에게 때때옷을 지어달라고 조르는 소아.
처음엔 설준비로 바쁘다며 손사래를 치던 엄마는 결국 딸아이를 위해 목화솜을 타고 물레를 잣고 베를 짜고 홍화와 치자로 고운 물을 들여 소아의 고운 설빔을 지어줍니다.
우리의 설날 모습과 한복을 만드는 과정이 따뜻한 동화와 만화적인 캐릭터의 소아의 모습과 함께 잘 녹아져나옵니다.

요즘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을 살리려는 그림책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런 그림책들은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에 나래를 달아주는 역할과 동시에 우리가 미처 체험해보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수 있게 하여 아이들의 학습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때때옷 입고 나풀나풀 역시 이제는  기성복(공장에서 똑같이 찍어져 나오는 옷)이 되어버린 한복을 만드는 과정 즉 목화솜 타고 무명실잣기, 베틀로 옷감까기, 옷감에 물들이기, 마름질, 바느질, 다듬이질, 다림질에 이르는 과정을 예쁜 동화와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입었던 한복의 실제 사진과 설명 옷감을 만들때 사용되었던 기구들의 사진과 설명을 첨부해 놓아 유아용 그림책에만  그치지 않고 초등교과서와 연계될수 있어 그림책의 가치가 배가 되는것 같습니다. 

우리 유물나들이 중 의복유물이라는 시리즈명답게 우리 전통의 옷감과 한복에 대해서 쉽게 알수 있는것은 물론이고 책에 나오는 삽화들이 어린시절 내고향에서 보았던 설날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책속의 그림들을 짚어가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는것도 큰 즐거움일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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