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새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5
김미혜 글, 한태희 그림 / 보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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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 전 전라도 곡성의 작은 절에 아는 스님이 계셔서 여름의 몇날을 절에서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산사의 여름밤은 다이아몬드처럼 총총히 박힌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빛났고 개똥벌레며 이름모를 풀벌레들의 향연으로 한바탕 잔치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새벽녁 온몸을 감싸고 돌던 쏴아 공기며 절 앞 뜰 가득 피어있던 연보라 수국들...
그해 여름외에도 이듬해 봄과 겨울 각각 한차례씩 그 절을 더 찾은적이 있었는데
맑은 녹차에 매화꽃 봉우리 동동 띄워 마시던 매화차며 산수유나무 잔가지에 얹혀 있던 겨울의 잔설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참 아름다운 산사의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돌듯 아득한 시간이 흐른 어느날 고운단청에 풍경하나 오롯이 달려있는 예쁜 책표지의 "그림 그리는 새"를 만났습니다.
가시덤불에 걸린 새를 살펴주신 스님께 은혜를 갚고자 아가씨로 변한 새가 스님이 계신 절의 단청을 올립니다. 아가씨는 스님께 절대로 법당문을 들여다 보아서는 말을 남긴채 몇날 며칠 단청을 올립니다. 마지막 단청을 올리던 아가씨가 몇날 며칠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자 스님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만 법당문을 열고 맙니다. 그러나 법당안에 아가씨는 온데간데 없고 오색영롱한 새 한마리가 제 깃털에서 고운 삘을 뽑아 색을 입히고 있었답니다.
스님에게 모습을 보인 새는 마지막 단청의 꽃한송이을 완성시키지 못한채 하늘로 날아올라갔습니다.
이렇듯 그림그리는 새는 단청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을 한권의 아름다운 동화로 탄생시킨 책입니다. 

여름의 몇날을 절에서 보냈으면서도..그리고 무수히 많은 절들을 보아왔음에도 한번도 단청을 새겨보지 않았습니다.
의례 절마다 있는 단청은 우리에게 공기가 소중하면서도 익숙한것처럼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단청이 나무의 갈라짐과 벌레를 막아준다는것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알록달록 화려한 단청이 가칠, 타초, 도채라는 과정을 거치는것도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림그리는 새는 아름다운 동화이면서도 학습의 길잡이의 본분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장 " 엄마랑아빠랑" 란은 단청에 대해 자세하게 써놓아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장 책 가득 그려진 고운 단청속에서 아가씨로 변한 새가 미처 그리지 못한 단청을 찾아보는 재미도 이 책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5살 아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하얀점으로 남아있는 꽃한송이를 찾아냈습니다.

평소에 의미없던 것들이 책을 읽고 다시 보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절을 찾아 오색찬란한 단청과 함께 산사의 가을을 만끽하려 합니다.
그 가을여행에 "그림그리는 새"가 귀한 길잡이가 되어줄것입니다.
또 한권의 좋은 동화책을 만난 오늘은 얼굴 가득 엷은 미소가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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