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김진기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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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호랑이가 장가 간다던 해비가 그치고 나면 떠던 그 무지개
해비가 그치고 나면 반짝이는 햇살사이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의 영롱한 무지개가 떳습니다.
해비 그친 뒤의 맑은 하늘에 둥글게 떤 영롱한 무지개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던 그 갈래머리 소녀가 이제 서른을 훌쩍 넘었습니다.
해비도 무지개도 기억의 저편에 밀어 놓은채 하루 하루 다람쥐 쳇바퀴 같은 시간들이 흘러갑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무지개는
책상위에 엎드려 오롯이 잠들어 있는 소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무지개는 표지부터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합니다.
표지를 넘기면 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내립니다.
창가에 서서 엄마와 아이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봅니다. 빗줄기 사이로 하얀 꽃잎들이 나부낍니다.
아이는 창 가까이 귀를 대어 음악같은 빗소리를 듣습니다.
아이는 문득 말합니다. "엄마는 무지개가 뜨는걸 잘 모르지"

아이는 앞못보는 엄마를 친구들이 놀릴때 속이 상합니다. 볼이 빨개지며 그렁그렁 눈물이 고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잘 모릅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엄마는 날마다 귤모양의 촛불을 하나씩 켭니다. 엄마의 방 한쪽 벽은 작고 동그란 소망 같은 귤들로 가득합니다

추운겨울이 지나고 햇살이 따뜻해지면 엄마가 좋아하는 노란 민들레가 핍니다. 엄마는 따뜻하고 노란 민들레 향기를 좋아합니다. 

엄마는 네잎클로버를 찾아 아이의 행복을 빌며 '소망아기'라 이름 붙여줍니다. 책갈피마다 소망아기들이 빼곡합니다.

엄마는 어렸을적 앞을 볼 수 있었을 때 보았던 파란 하늘을 얘기합니다. 엄마의 하늘은 언제나 파란 하늘입니다.

엄마는 남색 안경만 삽니다. 남색안경엔 바다냄새가 납니다. 엄마의 얼굴엔 바닷바람이 가득합니다.  

저녁 노을이 질 때면 보라구름속에서 아이와 엄마는 신나게 놉니다. 보라색꿈 속에서 아이는 행복합니다. 

엄마의 무릎베게가 포근합니다. 비가 그쳤나봅니다. 아이는 엄마의 눈에 아른거리는 빛을 봅니다 . 그것은 무지개....엄마는 무지개입니다.

앞못 보는 엄마와 아이가 무지개를 매개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채색의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에 빨간 볼, 주황 초, 노란 민들레, 초록 네잎클로버, 파란 하늘, 남색안경, 보라구름등을 통해 아이와 엄마의 교감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림부터 마음에 듭니다. 원색의 현란한 그림책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는 약간 낯설어 했지만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타나는 색깔들을 찾아가는 재미와 색깔들을 모두 모아 놓은후 무지개색이 되는것을 알고는 참 좋아라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시적인 표현들...비가 조용히 잠들고 나면...이런 빨강 아이가 됐네...민들레꽃 노란향기등 참 예쁜 표현들입니다.
편안한 표지그림에 이끌렸고 앞못보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에 마음 저몄고 예쁜 그림과 글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너무나 많은것들을 잊고 살았습니다.
해비 그치고 난후의 그 영롱한 무지개며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과 풀꽃의 아름다움과 하늘이 얼마나 맑고 푸른지와 그리고...내 엄마의 고마움을...
내일은 친정엄마께 전화라도 드려야겠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것도 중요하지만 내 엄마에게 좋은딸이 되는것도 참 중요한 일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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