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빌릴 일이 있어서 동네의 큰 도서관에 갔다가 전부터 읽고 싶었던 백석 시집을 찾아봤다.

책장에 꽂힌 여러 판본의 시집 중에서 두 권이 눈에 띄었는데 한 권은 알라딘 리뷰에서 자주 소개된 고형진 교수가 엮은 정본 시집이고 다른 하나는 이지나 교수가 편집한 원본 시집이다.

정본 시집에도 맨 뒤에 원본이 꽤 두툼하게 덧붙여 있는데 발표된 당시의 작품을 이 책의 활자에 맞게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반면 원본 시집은 영인본(원본 자체를 사진 촬영해서 그대로 복제해 놓은 편집본)으로서 당연히 우종서이고 누가 그린 건지 그림이 같이 수록되어 있는 시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수록된 시집은 <사슴>과 사슴 이후에 발표된 시를 한데 묶어 편집했는데 수록 시는 정본 시집과 겹치는 게 많다.

백석 시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엔 역시 정본 시집이 읽기 편한데다 시를 혼자 속으로 읽는 현대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결국 현대적인 형태의 정본시집을 골랐지만, 시를 낭독하면 70-8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것만 같은 원본 시집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읽고 싶은 대로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며 몇 편씩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슴에 수록된 시 보다 이후에 발표된 시가 더 좋다.

이담에 <백석 평전>까지 읽고 나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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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4-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 좋아요. 얼마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백석평전>에 대해 들려줬는데 재밌네요~~

cocomi 2015-04-07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에서 듣고 마음이 동했는데 먼저 시집부터 읽어야하는 게 아닌가해서 이거 먼저 빌렸어요.^^ 전 김수영 좋아하는데 백석은 유명한 시 몇 개만 알고 시집은 처음 손에 잡아 봤네요. 세실님이 올려주신 평전 리뷰도 잘 봤어요~ 다들 책을 너무 잘 파시는 것 같아요. 북플만 들어오면 독서욕이 솟구쳐요.

cyrus 2015-04-0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석의 시가 읽어보고 싶을 땐 서정시학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백석 시집을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습니다.

cocomi 2015-04-07 20:01   좋아요 0 | URL
서정시학에서 나온 판본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cyrus 2015-04-07 20:02   좋아요 0 | URL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예전에 나온 백석 시집이 없거든요.. ㅎㅎㅎ

cocomi 2015-04-07 20:05   좋아요 0 | URL
전 워낙 시를 잘 몰라서요. 학교 다닐 땐 좋아했던 시도 더러 있었는데 다 옛날 얘기네요. 좋은 시(집) 있으면 자주 소개 해주세요.^^

cyrus 2015-04-07 20:08   좋아요 0 | URL
요즘 시집을 즐겨 읽는 서재 이웃님들 덕분에 이제 막 시집을 끼적거리 시작했어요. 가끔 빽빽한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오면 시집을 읽어보려고 해요. ^^

cocomi 2015-04-07 20:14   좋아요 1 | URL
저도 이웃님들 덕분에 백석 시집을 빌릴 수 있었어요. 빡빡한 활자가 눈에 안들어오면 전 눈을 감고 노래를 듣는데 시집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네요. 시집은 잠깐 읽고 나서 눈을 감고 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