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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기뻐하라 - 최신개정판
존 파이퍼 지음, 박대영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0년 4월
평점 :
“예수 믿는데 기쁨이 없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인가요? 함께 살고 있지만 기쁨은 사라지고 의무감만 남은 부부의 모습?, 행복을 얻기 위해서, 천국행 표를 얻기 위해서는 나도 노력해야 한다는 행위구원적인 종교인? 여호와를 기뻐하라는 말과 고난, 십자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다. 그리스도를 좇기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데, 나의 욕망을 부정(否定)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지루하거나 따분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나 또한 나의 기쁨보다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헌신해라는 메시지가 더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나에게 “DESIRING GOD” 이라는 문구와 존 파이퍼 목사님의 성함은 익숙했지만 “하나님을 기뻐하라”는 책은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국내에는 1998년 출간된 이후 2009년 개정되었고 그리고 올해 최신개정판이 나왔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의미이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원히 즐거워함으로써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라는 소요리문답 제1문을 바탕으로 이미 서문에서 주제를 명확하게 말한다. "내가 하나님 안에서 가장 크게 만족할 때 하나님께서도 가장 큰 영광을 받으신다.”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하나님은 오직 네가 행복하길 바라신다.”는 말로 우리의 죄들을 덮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하라.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하나님을 떠나도 된다. 하나님을 이용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께로 가면 만족,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주 안에 있을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내 몸에 꼭 맞는 자리를 찾아서 갈 때의 안도감이란. 하나님 안에서 만족하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副題)는 “하나님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 법”이다. 존 파이퍼 목사님이 주장하는 기독교 희락주의가 추구하는 쾌락은 ‘하나님 안에 있는 즐거움’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찾는 목적이지 더 나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책을 읽다보면 실제적인 지침보다는 교훈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가 주창(主唱)하는 ‘기독교 희락주의’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많은 반론과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서 목사님께서도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다보니 좀 딱딱해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존 파이퍼 목사님의 설교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1986년설교한 이후 시대의 변화와 개인의 변화를 겪으면서 내용이 보완되고 추가되었다. 이 책은 ‘기독교 희락주의’라는 사상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논문 같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쁨의 토대는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되고 유지되는가? 에 관해 논증한다. 시간이 없다면 에필로그와 부록인 ‘이 책을 쓴 일곱 가지 이유’와 '희락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 각주도 많고, 인용한 구절들도 굉장히 많아서 책을 읽는데 조금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저자의 이야기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도 설교나 글을 쓸 때 인용하고 싶은 구절들에 밑줄치고 적바림 해두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은 ‘기독교 희락주의’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데 하나님 안에서 기뻐한다는 의미를 10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님의 기쁨, 회심, 예배, 사랑, 성경, 기도, 돈, 결혼, 선교, 고난”이라는 10가지 주제는 각각의 주제로 책이 나올 정도로 큰 주제이다. 이러한 내용을 ‘기독교 희락주의’라는 주제에 맞춰 정리하다보니 개론서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스터디가이드와 그룹성경공부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며 토론하며 읽으면 좀 더 풍성해질 것 같은 책이다. 찬찬히 되새김질 하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반론도 펼쳐보고 삶에 어떻게 적용할까? 적용점도 찾아봐야 할 책이다. 쉽게 소화가 되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청소년이나 이십대 초반의 청년을 위한 간결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버전으로 나오면 좋겠다.
내용은 워낙 방대하여 각각을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3장의‘예배’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예배의 감격, 설렘을 잊어버렸는지 돌아봤다. 그리고 8장의 ‘결혼’을 읽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들은 기쁨에서 배제(排除)되는가?”이것은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인지, 독신자들까지 다 다룰 수 없는 부분이라고 느껴져서 인지 한 번 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늘 고민한다. 나의 기쁨만을 너무 추구하다보면, 하나님이 배제되는 건 아닐까? 내가 기뻐하는 것이 하나님의 기쁨이 된다는 말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와 같이 모호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 하나님을 기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신앙생활 한다면 우리는 꽤나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에게 리처드 백스터의 기도가 필요하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이 우리 삶의 과업이 되게 하소서.”그리고 존 파이퍼 목사님의 “하나님을 기뻐하라”이 책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