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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바울을 보다 - 시각장애인 목회자들과 함께한 그리스-튀르키예 촉각성지순례
소재웅 엮음, AL 미니스트리 기획 / 훈훈 / 2026년 5월
평점 :
‘보다’라는 단어를 왜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생각했을까?
우리는 맛보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만져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도 보는 것인데…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온 몸으로 보는 것은 잊어버렸다.
오히려 보지 못하기에 누구보다 더 온 몸을 사용해서 그 현장을 느끼려고 하는 간절함과 노력이 보인다.
“이번 순례의 여정은 영혼으로 보는 걸음이었다. 이 길 위에서 모두는 평등했다.”
비장애인들도 다녀오면서 체력적으로나, 여러가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을텐데, 이 순례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분들의 애씀이 책을 읽는 가운데 느껴졌다.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시간들, 그 걸음들이 마음 속 깊이 잔잔히 도전이 되었다.
어디 시각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하반신 마비로 몸이 불편한 동기 목사님도 휠체어를 타고 곳곳을 누비기도 한다. 다만, 혼자만의 힘으로 갈 수는 없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비장애인인 나는 아직 ‘순례’를 가보지는 못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좀 더 찬찬히 그 현장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나는 왜 도전할 생각을 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더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 올라온다.
어린 시절 출석했던 교회에, 매주 토요일마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 목사님이 계셨다. 필리핀에서 선교를 하시다가 시력을 잃으시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서 섬기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보지 못하셨지만, 누구보다 말씀을 깊이 있게 보시고, 뜨겁게 복음을 전하고, 살아내시던 모습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아마 살아계셨다면, 이 책에 나온 이들처럼 촉각성지순례를 하셨을 것 같다.
그 귀한 여정이 남겨진 이 기록은 앞으로 수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도전과 울림을 준다. 이 책이 누군가에도 또 다른 디딤돌이 되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