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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하면 그 순간부터 많은 이들에게 떨떠름하고 불편한 시각을 받게 된다. 혹시 어떤 사람에게 심할 경우는 좌파, 빨x이, 공산주의자등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유시장 = 자본주의 = 민주주의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은 사실이 아님을 다양한 사례와 논리로 보여주고 있다.
나쁜 사마리안들이란 책이 더욱 더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이러니한점이 그 당시 불온서적에 올랐던 도서들중에 많은 책들이 꽤 좋은 책들로 알려진 책들이란 점이다. 유일하게 공통점이 있다면 현 정책이나 상황에 비판하는 내용이 조금씩이라도 찾아보면 있다는 것이다. 이게 과거 유신이나 군사정부로 대변되는 역사책 속의 한 이야기가 아니라, 건전한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는 성숙한 토론문화와 소수의견을 중시해야 한다는 바로 그 민주주의제도를 표방하는 현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쯤되면 여기 남한이 저기 앞뒤가 꽉막힌 독재의 횡포를 부리는 북쪽에 산다는 친구와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궁금할 지경이다.
사진출처: 알라딘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부대에는 정보나 보안을 담당하는 정보과가 존재한다. 정보과가 하는 수많은 업무 중에 부대반입매체를 검열하는 업무가 있다. 그건 위병소를 통과해 부대 내에 반입되는 각종 서적,CD등 을 검토해서 ’보안성검토필’이라는 도장과 날짜를 찍고 관리대장에 기입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중대 장병이 휴가 때 들고 온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란 책이 보안과 책상에서 통과못하고, 한 쪽에 쌓여있길래. 도대체 왜 그런거지하며, 그 목록 대장을 호기심에 들쳐본적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쓰여있는 반려사유가 ’자살충동유도’ 였다.아마도 책을 다 들쳐볼만한 시간이 없던 보안담당관은 제목만 보고 그렇게 판단했나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방부 정도 되면 담당 전문가도 많이 있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일개 소규모 부대처럼 허술하게 일처리를 하지는 않았을터이다. 그런데도 이런 방식의 일처리라니..... 이건 단순한 해프닝이라기보다는 거의 의도적으로 보인다.
기사출처: YTN (http://www.ytn.co.kr/_ln/0103_200905252109306013)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에서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제도 하나만 있고, 자본주의는 무조건 선이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착각"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일부는 자신의 생각이 선이고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더 나아가 그 생각을 집약시켜 ’좌빨’이라는 단어로 내 뿜기도 한다. 마치 불신지옥을 외치는 광신도들에게는 성경이외에 각종 경전,불경,코란, 철학서 등은 잡서이듯이, 세상을 하나의 흑백논리로 적과 나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한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듯해서 씁쓸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주는 가치는 자본주의(capitalism)를 보는 시야의 한계를 넓혀주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고발한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심지어 자본주의를 비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차근차근 자세하게 읽다가 보면 깨닫게 된다. 덤으로 오히려 옛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우리에게 알려준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선배(자유주의자)들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일반에 대한 평판을 깍아내리는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페이지 : 271)
수년 전에는 나도 신자유주의가 최선의 제도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신자유주의가 최선의 제도라는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왜냐면 현실을 둘러보면 그 들의 주장은 많은 실패와 헛점을 들어내고 있고, 변명만 늘어놓기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불행한 점은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한국이라는 배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급행호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1. 신화가 되다시피 한, 회사에 충성하는 일본인들의 문화
100여년 전
’(일본인들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 독립성이 강하다’
- 비어트리스 웨브
1955년~1964년
일본노동자 1인당 파업참여일수 > 영국,프랑스
일본 노동자들이 협동심과 충성심을 발휘하게 된 것은 종신고용과 회사의 복지 계획 같은 제도들을 제공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2. 평화적인 산업관계로 명서을 날리고 있는 스웨덴
1920년대
파업으로 인해 상실한 노동자 Man-hour가 세계 최고
But
1930년대
조합주의적 타협(살츠요바덴 협약)이후 반전
자본가들은 효과적인 재교육 프로그램과 후한 복지 정책 제공
(페이지 : 304)
@ 시장에 대항해라
노키아 - 벌목,고무장화 그리고 전선 사업에서 17년간 전자 사업에 투자
삼성 - 직물과 제당사업에서 10년간 전자 사업에 투자
한국 - 1960년대 세계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철소 건설(포스코)
도요타 - 30년 넘게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실시한 후 국제 자동차 시장 진출
영국 - 모직물 제조 부문에서 저지대국을 따라잡기까지는 헨리 7세 시대부터 100년
미국 - 관세를 폐지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만큼 경제를 발전시키까지 130년
(페이지 : 319~321)
왜 이렇게 수많은 낭패를 겪는 제도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것을 알려주는 책조차도 불온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책은 이런 수많은 의문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특히 불온도서로 지정해 줌으로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하게 하는 지혜를 발휘한 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