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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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이 책은 10개의 장을 10개의 계절로 비유해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삶이 흘러가는 속도와 글쓰기의 성장 과정이 맞물려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한다. 삶이 여무는 만큼 글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유의 깊이는 삶의 깊이와 닿아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매년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책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취미로 글을 쓰는 만큼 다양한 책을 접하는데, 최근의 트렌드는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럽게 꾸준히 즐겁게 쓰는 글쓰기. 미숙하더라도 계속 쓰면 글은 반드시 늘게 된다-라는 것이 이런 유의 글쓰기 책의 주제이다. 이런 글쓰기에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와 비관이다. 글쓰기에 방해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장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가장 큰 목표다.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쓰는 글쓰기 서적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정도 맞았고 어느 정도는 틀렸다. 저자의 인생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라, 모두의 성장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 글쓰기의 욕구를 키우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부분을 생각하니 조금 아쉬움이 큰 책이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보니, 구성에 있어 다른 어떤 책보다 훌륭한 책임에 분명하다. 이 책에선 글쓰기를 저자 인생의 성숙과 계절에 따른 곡물들의 성숙을 같이 빗대고 있다. 작가의 삶의 굴곡과 글이 닿아있고, 이것은 자연의 순환과 닿아있다. 책을 씀에 있어 이러한 구성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글쓰기의 최전선이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이가 고군분투하는 성장기라면, 이 책은 조금 내 얘기 같은 느낌이 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아이를 키워야 하고, 연인을 만나야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야 한다. 퇴근 후에는 친구를 만나야 하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효도라는 걸 해야 하는 우리의 삶. 이 속에서 어떤 시간의 틈을 열어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함께 하는 책이다.

일상에서의 글을 쓸 때의 두려움과 불안감, 그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편안함과 안정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치유와 힐링에 큰 의미를 더하고 있다. 더 치열해야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실패는 노력의 부족과 게으름으로 치환되는 경쟁 사회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실패도 부족한 자신도 글쓰기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면 다른 어떤 책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디자인이 예쁜 책이다. 구성도 읽기 쉽게 정리가 되어서 처음 접하는 이들도 읽기 쉽게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구성은 '불안의 계절'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편은 9장 '피정의 계절'이었다.

글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당신 자신의 갖가지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당신이 즐기기만 한다면 일기 쓰듯이 하면 된다. 그런데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의 감정을 명료하게 다듬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 경우는 우후죽순으로 퍼져 있는 감정을 분류하고자 ‘내가 원하는 것’의 리스트를 작성한다.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 작업은 감정을 당신의 내면에서 글을 쓰는 페이지로 옮겨주기 위한 연습이다. 따라서 이 리스트를 창의적 문장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이 문장 자체를 당신의 에세이나 블로그에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샘플이 필요할 것이므로 내가 몇 년 전 작성한 리스트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일부 항목은 지금도 여전히 내게 유효하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같은 항목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출퇴근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다.

·나는 개인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저녁 식탁이 저절로 차려졌으면 좋겠다.

·나는 읽을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일과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책 한 권을 한 번에 읽었으면 좋겠다.

·나는 많이 잤으면 좋겠다.

불안의 계절 중에서

4장 불만의 계절에서는 작가가 글을 쓰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적는 부분이 나온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불안감을 적으며 타인의 삶에서 공감을 하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굉장히 큰 실효성을 가진다. 서두르지 말자, 하나씩 하나씩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들을 다독이며 글을 써나가도 보면 어느새 성장한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주어와 술어의 논리적 관계와 맥락이 중요한 논설문이나 설명문이 아니다. 물론 비문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논리보다는 감성을 드러내는 시나 에세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문장 구조 등을 분석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글은 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다. 내 안에서 아무런 사고·심리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문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은이가 ‘의식(rituals)’과 ‘루틴(routines)’을 통해 글쓰기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별도의 섹션을 구성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의식’은 해당 계절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고, ‘루틴’은 글쓰기 생활에 특화된 자신만의 ‘비트(beat)’을 만들어내는 데 유용한 훈련법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약속하고 있다.

“나는 약속을 하는 데 무척 신중한 편이다. 우리 자신의 직관이 가져다주는 지혜 말고는 따라야 할 비법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게 효과적이었던 글쓰기 방법, 내게 시련이 되었던 상황, 그리고 내 삶을 보다 명확하게 보기 위해 내가 바꾼 사고방식을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고 약속한다.”

출판사 서평, 글쓰기의 리듬을 유지하는 '의식과 루틴' 중에서

출판사 서평에서도 이 의식의 루틴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만 읽고 잘 활용을 한다면 글을 쓰는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중요성을 이어받아 강조하듯 매 챕터마다 글을 쓰기 위한 루틴을 다루고 있다. 한 장마다 최소 2~3개 많은 장에서는 5개까지 다루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엔 고비가 많다는 뜻이겠지.

1장 '시간의 여백을 찾는 방법'

2장 '두려움 나열하기'

3장 '있는 그대로의 내 이야기 쓰기'

4장 '걸림돌과 기회'

5장 '새로운 주문'

등 다양한 의식의 루틴들이 나온다. 글을 쓰다가 느낄 수 있는 좌절감과 실패,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마도 저자가 느꼈을 불안과 그때마다 실제 활용한 방법들을 제시한 방법은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겪을 만한 일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책의 어조는 분명하다. 서두르지 말 것, 천천히 자신을 다독이며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말 것. 돌봄의 계절에 보면 그 내용이 명확하게 나온다.

느린 글쓰기는 ‘적게 쓰는 것이 많이 쓰는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글쓰기의 삶은 길게 보고 가는 것이기에 서두르거나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스스로를 탈진 상태까지 몰아넣을 까닭도 없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좀 더 간결하게 정의한다면, 느린 글쓰기는 ‘모든 것을 전부 다 쓰지는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신의 기억과 경험은 소중하지만 유한한 자원이며, 당신의 시간과 건강은 재생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느린 글쓰기는 당신을 위한 보호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은 느린 글쓰기 사고방식을 당신의 글쓰기 삶과 통합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한 것이다.

·직관에 따라 계획을 세울 것(너무 많이, 오래 생각하지 말 것).

·자신의 몸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 때문에 글쓰기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반드시).

·한 번에 더 적은 수의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과욕은 금물).

·당신이 만들었거나 참여하는 커뮤니티에 최선을 다할 것(전문가들의 추천이 아니라).

·트렌드를 파악하되 본능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에 한할 것.

·‘빨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매체와 사람을 피할 것(‘최대한’도 마찬가지).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쓸 것.

·당신의 글쓰기 과정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매우 중요).

돌봄의 계절 중에서

성숙되는 나의 삶, 성장하는 나의 글쓰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

공간과 여백이 없다면 우리의 생각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의지만으로 문장을 완성할 수 없다. 생각은 항상 전체가 아니라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있다. 그 생각은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합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 것이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낯선 느낌도 든다. 피정은 우리가 새롭게 충전하도록 돕지만, 그 에너지가 무한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는 더 많은 낱말이 적힌 마음의 기념품을 갖고 돌아오지만, 필연적으로 우리가 떠나고 싶었던 그 일상에 다시 녹아들어야 한다.

피정의 계절 중에서


글쓰기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일상에 치여 글쓰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일상과 함께 걷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부분이 이해되자 작가의 삶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저자의 삶의 굴곡과 글쓰기의 굴곡이 맞닿아 있다. 나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글쓰기가 항상 수월한 것도 아니다. 그 부담감이 때로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의 삶, 나의 글쓰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 책은 삶과 함께 가는 글쓰기를 말하는 글이다.

글쓰기에 지친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조언들을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나와 겹치는 무수한 고민들을 읽으며 '지금 고민은 너만의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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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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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신화와 상징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특강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카피 문구에서부터였다. 융을 통해 공동체가 약속한 상징을 알 수 있다면, 조지프 캠벨을 그 근원을 신화에서 찾는다. 사실 그만큼 융과 조지프 캠벨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책 안에서는 두 사람의 공통점과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 많은 설명이 있다.

융은 우리가 신화를 올바르게 해석하면 다시 내면의 힘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 언제나 인간의 영혼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이 힘은 인간이 수천 년 세월을 헤쳐 나올 수 있게 해준 종種의 지혜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신화는 과학이 찾아낸 것으로 대체된 적이 없을뿐더러 대체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과학은 우리가 잠자는 중에 진입하는 의식의 깊은 곳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꿈과 신화 연구를 통해 이들 내면의 힘과 대화하면 우리는 좀 더 심오하고 지혜로운 내적 자아의 좀 더 넓은 지평을 알고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 있게 하는 사회는 인간 영혼의 가장 온전하고 풍요로운 층에서 양분을 얻을 것이다.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 중에서

* 죽음의 인식과 그것을 초월하려는 욕구는 어떻게 신화를 낳았나

* 주요 종교들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신과 인간의 ‘관계 설정’이다!

* 영웅의 여정과 샤먼의 탄생, 그리고 현대 조현병 증상의 공통점은?

* 통과의례가 해체된 시대, 청년은 어떻게 성인으로 거듭나야 할까

* 동양과 서구에서 ‘개인’ 개념 차이가 삶의 방식 전반에 끼친 영향은?

출판사 서평에서 말하는 주장을 보고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궁금한 질문들이긴 하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신화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 이해가 어렵진 않았다. 강의다 보니 챕터의 마지막마다 요점이 정리되어 있어,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고의 신화 종교 학자답게 신화와 관련된 이미지,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와 유사 종교의 이미지를 함께 설명한다. 서구의 신화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동양의 불교와 인도 신화들을 함께 전하고 있다.

종교적 전설에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 본질적 원칙이 담겨 있고, 모든 거대 문명에는 유사한 구세주, 영웅, 구원받은 자들이 등장한다. 중요한 건 그들의 기적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들이 자기 마음속 공포의 담장을 뛰어넘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 생애는 언어를 초월한 상징으로 인간 내면을 인식하는 통로다.

신화란 곧 인생의 답을 찾아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고, 그 과정은 크고 작은 모험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신화와 영웅 또는 성인들의 삶은 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것은 상징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중요하다. 아마도 조지프 캠벨이야말로 그 상징을 읽고 되새기는 여정에 가장 좋은 동반자가 아닐까.

출판사 서평 중에서

이 강의가 시작된 시기는 1958년부터 1971년 사이 쿠퍼 유니언 포럼에서 진행한 25회의 강연 중 일부는 선별하여 구성한 내용이다. 인간이 달에 착륙하고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신화 속 이야기들이 단순한 공상으로 치부되는 시기, 신화의 필요와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화는 인류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그 속에 있는 것은 인간의 공포와 두려움, 선망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것은 현대 과학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지혜와 가르침을 제공한다는 것이 조지프 캠벨의 설명이다.

이 책 안에는 신화 자체에 대한 연구와 신화가 삶에 대해 주는 다양한 영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양 서양의 신화의 특징, 선을 나타내는 신화의 차이, 사랑과 전쟁 평화 등 인간의 삶과 그 영향을 표현하는 신화를 설명한다. 하지만 가장 대치되면서 닮아있는 신화와 과학에 대한 설명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첫 편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 11편 '달 위를 걷다' 마지막 편 '지평의 소멸'을 중심으로 서평을 작성하였다.

이전에 우리를 지상에 묶어놓았던 것은 모두 깨졌다. 우주의 중심은 이제 어디든 될 수 있다. 지구는 하나의 천체이되 그 어느 것보다도 아름답다. 이러한 생각에 담긴 경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학은 이제 낡은 것이다.

세상 바깥으로 떠난 여행, 달 위를 걷다 중에서

이를 설명하듯 달 착륙과 역사적 사실을 다룬 '달 위를 걷다' 편이 있다. 치열한 고증을 통해 기존의 통념과 싸운 이들의 이야기와 이를 가능케 한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니체는 인간을 '병든 동물'이라 칭했는데, 삶의 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니체는 내면의 가능성을 믿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다. 이는 굳이 철학자의 주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스스로를 '참포도나무'로 부른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식물의 신화적 상징은 개인의 삶이 집단의 더 큰 삶에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힘을 은근히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인간을 달까지 닿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로 나는 이 편을 가장 좋아한다.

따라서 우리 신화는 이제 무한한 우주와 우주의 빛(안에 있는 동시에 바깥에 있는)의 신화여야 한다. 우리는 나방처럼 그에 매료되어 밖으로, 달과 그 너머로 날아가지만, 그러면서 또한 안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지구에서는 우리를 갈라놨던 모든 지평이 무너졌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속한 곳에 사랑을 주고 다른 곳에 공격성을 투사할 수 없다. 지구라는 이 우주선에는 이제 ‘다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 ‘국외자’를 계속해서 가르치는 신화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게 아니다. 이제 이 장을 열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신화는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 중에서

하나님의 가르침이 성경을 통해 전파되면서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하였듯이, 신화의 가르침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화는 대체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와 가르침,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지구에서는 우리를 갈라놨던 모든 지평이 무너졌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속한 곳에 사랑을 주고 다른 곳에 공격성을 투사할 수 없다. 지구라는 이 우주선에는 이제 '다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 '국외자'를 계속해서 가르치는 신화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게 아니다.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 중에서

신화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인간 삶의 지향점을 찾는 것과 동일한 듯 보인다. 제멋대로 사는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그 욕망으로 인해 많은 존재들이 시련과 벌을 받는다. 그중 한계를 극복한 인간이 영웅의 반열에 올라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화는 인간이 그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유용한 계단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떤 신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조지프 캠벨이 말한 '지평'은 인간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 같아, 그의 마지막 말은 이제 더 이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아 더욱 설렌다.

새로운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오래되고 영원한 신화일 것이다. 그것을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맞춰 다시 쓴 신화다. '민족'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아니라 개인을 깨워 그들 자신을 알게 해주는 것이 목적인 신화다. 새로운 신화는 우리가 이 아름다운 별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는 자아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방된 마음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모든 것과 하나인 이 세계에 지평은 없다.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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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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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 그림 같은 표지나 디자인이 친숙해서 좋았다. 제목이 가장 맘에 들었고, 기재된 영화 리스트는 더 맘에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단 소리다.

영화 취향이 맞으면 할 말이 많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책을 읽겠다면 꼭 리스트를 봐주길 바란다. 거창한 흥행작은 없지만, 지나간 일상을 앞으로 내 인생을 한번 생각해 볼 영화들이 가득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내일이 막막할 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오늘을 살고 있다면,

세상 어딘가에 나와 닮은 누군가가 나오는 영화를 통해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추천 글과 프롤로그를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첫 페이지부터 마음을 '쿵' 하고 치는 이야기가 있었다.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 책이 관심이 간다면 추천의 글과 프롤로그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나도 안다. 써야 할 원고를 앞에 두고 1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휘적휘적 걸어 다니는 것도, 금세 피로를 느껴 침대에 드러누워 버리는 것도, 모두 내 정신력이 약해서라는 걸. 그리고 정신력은 체력에서 온다는걸. 하지만 아무리 숨을 고르고, 운동화를 고쳐 신어 봐도, 나는 달리기가 싫다.

아무래도 내가 달리는 작가가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대신 정신력이 약한 사람 중에 가장 오래 걷는 작가가 되어 보려 한다. 산책하듯 주변을 둘러보며 설렁설렁 걷다가 별안간 불어오는 비바람에 홀딱 젖기도 하고, 힘들면 주저앉아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그렇게 오래 걷는 작가 말이다.

내 블로그도 그렇지만 영화 소개의 대부분은 영화를 기준으로 흘러가는데,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의 경우에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영화 추천한다. 작가의 꿈을 꾸고 있지만 번번이 시작하는 작가의 일상과 경보에 소질이 없는 만복이가 등장하는 영화 걷기왕.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나의 일상이 겹쳐지면서 더욱 공감이 갔다.

내가 위로에 서툰 건, 어쩌면 내가 슬픔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민이나 슬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슬픔을 공유하면 기분은 얼마간 해소될 수 있지만 상황 자체가 변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에, 공연히 위로받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 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을 쓰기에 나는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근거 없는 무책임한 응원의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나는 잠자코 들어주는 편을 택한다. 참견도, 조언도, 섣부른 위로도 없는, 하지만 부르면 들릴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서 무심히 있어 주려 한다.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영화에서 작가는 위로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슬픔이란 감정의 필요를 논하며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건 꽤 아픈 기억이었을 것도 같다. 글을 쓰면서 저자는 답을 함께 찾아나간다. 슬픔은 공감의 또 다른 형태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누구나 가질만한 고민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담담히 적어 나가는데, 이 인사이드 아웃 편에선 저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위로가 담긴 글을 써야 하는가? 글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주장에 반대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은 글이 아닐까.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기로 한다. 가까스로 오른 게 겨우 한 계단일지라도, 어차피 나는 두 계단을 한 번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나의 모습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영화에 빠져 버렸다. 한 편, 한 편 저자에게 응원과 용기를 받는 신기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디자인이 작고 예뻐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조금 큰 핸드백에도 들어가는 얇고 작은 사이즈다) 내부 디자인의 감성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감성적인 문장들이 섬세하고 이어지고 있기에, 이런 감성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1138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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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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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라는 딱딱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이토록 감성적일 수 있을까. 과학 서적에 넣어야 할지 에세이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들은 생각. 디자인은 중요하구나, 최근에 본 책 중 가장 예쁜 책이라 할 수 있고, 내용도 부드러웠다. 그렇다고 주요한 물리학 이론을 빠뜨린 것도 아니다.

첫 문장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별을 이야기할 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가 하면,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된 이유를 김춘수 시인의 '꽃'을 빌어 이야기한다. 외계인을 설명하면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와 '이티'를 빌려 설명하다 보니 이야기는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물리 교과서가 이런 식이었다면 과학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접근을 달리하니 낯설기만 한 과학이 이리 쉽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끝도 없는 허공

허공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점 하나

창백한 푸른 점 중에서

1장 별들에는 우주와 별, 행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 대미에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외계인 얘기를 할 때, 이티도 나오고 다양한 영화가 연상이 되어 재밌었다.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별들의 이야기. 그 속에 살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얘기라 시작으로 너무 좋았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깨어 있을 때보다 졸고 있을 때가 많아서

뜨거운 것은 차가워지고

차가운 것은 뜨거워지고

졸고 있는 도깨비 중에서

2장에는 원자와 분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와 엔트로피의 개념이 여기서 나오는데 예시가 있어 재밌게 익혀졌다.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2법칙은 열적으로 고립된 계의 총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나도 감소하지 않고, 일정하거나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모든 것은 결국 혼돈으로 귀결되어 파국에 이른다는 무시무시한 법칙인다. 엔트로피의 마지막이 파국이라면 맥스웰의 도깨비는 안정이다. 열의 이동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을 하고 열적 평형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의 이동이 없으므로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평형을 이루면 결국은 안정된다는 법칙이다. 이 상반된 법칙이 각각 어디에 적용되는 것일까. 궁금하면서 신기한 물리학의 세계다. 책에서는 엔트로피가 맥스웰의 도깨비를 잡아먹었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지막은 빅뱅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래서 가끔 신은

졸기도 하고 졸다가 자기도 하고

아주 깊은 잠에 빠지기도 한다네

심심하면 주사위를 던지기도 하지

신의 농담 중에서

3장에서는 신의 주사위.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역학의 개념이 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만 얘기해도 양자역학이 설명될 듯한데, 작가님은 애니메이션에는 관심이 없는듯하다. (그건 조금 아쉬웠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 속의 고양이가 살아있거나 죽어있을 확률이다. 양자역학에서는 그것이 반반이라고 답하는데, 그건 좀 이상하다. 직전에 열어 본 고양이가 살아있다면 살아있을 확률이, 죽어있었다면 다음에도 네버엔딩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에 답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우주복은 입었나요?

남겨놓은 애인은 없나요?

친구들을 다시 못 봐도 되겠습니까?

지구와 인류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See you, again이 아니라

Good bye, forever라고

인사할 준비가 되었나요?

우주선 탑승 점검 사항

4장에서는 시간과 공간, 시간 여행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어려웠다. 가장 어려운 4차원의 개념이 등장한다. 1~4장 중 가장 어려웠던 장을 얘기하자면 나는 당연 4장을 꼽겠다. 설명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잘못 알고 있던 지식들이 많아 바로잡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빛의 속력과 물리법칙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다'라는 절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블랙홀은 언제나 까맣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온도가 높으면 이 흑체(black hole)은 빛을 내게 되어 있다. 태양은 아주 좋은 흑체이다. 태양은 모든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이 블랙홀이란 소리??)

▲그리고 공간은 휘어졌다. 두 번 세 번 읽었지만...


우주에는 너희 철학이 몽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수업 시간에는 그렇게 재미없고 지루하던 물리학이 이렇게 재밌고 신기한 학문이었다니, 대한민국 교육이 원망스러웠다. 특히 단락단락에 나오는 용어들과 그 풀이가 재밌었고, 상반되는 이론이 있어 신기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그 상반되는 이론이 각각 어디에 적용되는지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과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과학 관련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본다. 최근에 얼룩말의 무늬를 연구하는 얘기가 나온다. 얼룩말의 무늬는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다윈과 함께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를 주장한 월리스는 서로 다른 주장으로 논쟁한다. 월리스의 주장은 얼룩말의 무늬가 엮이면서 앞과 뒤의 구분이 되지 않고 말들을 더 커 보이게 하기에 적들로부터 피하기 용이하다고 주장했으나 찰스 다윈은 눈에 더 잘 띈다고 이 주장을 일축한다. 이로부터 140년간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얼룩말의 무늬를 연구한다. 무려 140년 동안.

과학자들의 이 집요함은 얼룩말 하나만을 가지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든다. 조금은 재밌고 웃펐으며,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신비하기까지 했다. 검은 털이 서서 기류를 만들다니.

사실 이 책은 그러한 집요함보다는 우주의 신비와 낭만이 가득했지만, 세상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음을 알려준 것은 분명하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우리에게 앞으로 어떠한 세계를 이야기해 줄까. 그들이 말하는 세상은 얼마나 더 다양하고 깊어질까. 우주에는 어떠한 더 많은 것이 있을까. 과학에는 어떠한 미지가 숨어 있을까. 과학에게 이렇게 기대가 되기는 처음이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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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다.


요양을 위해 시골로 이사간 가족, 욕망이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생긴 소유권 분쟁. 모두가 '소유권'에 집착하며 주인을 내쫓는 공작을 벌이는 동안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딸의 외침을 억울함을 호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골인심이라는 말을 이젠 옛말, 원작 웹툰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이끼' 이후 시골은 은밀하고도 폐쇄적인 공간이 되었다.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은건지, 사람의 욕망이 똑같기 때문인지 시골에서 펼쳐진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이름이 낯익었는데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하나코는 없다'의 작가였다. 그 이후 작가의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오랜만에 만난 글이 반가웠다. 작품 활동은 꾸준히 하고 계셨는지 그 이후로 꾸준한 수상이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건 그저 내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_


가장 재밌기 읽은 것은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


작가의 삶인지 허구를 알 수 없는 그 경계를 기수라고, 자신의 오토픽션(진실과 허구가 섞인)의 한계마저도 캐릭터의 이름을 빌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소설. 진짜 소설일까(박상영 작가는 기재된 모든 이야기는 허구라 말했지만,) 허세부리는 남자들 사이에 낀 위태위태한 나의 일상.


거북목의 허공에 얼굴을 기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까지. 재밌지만 동시에 웃을수만은 없는 그 웃픔의 경계가 박상영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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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마음에 들었던 소설 유진. 유진과 유진이라는 제목이어도 좋을 것 같은데, 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이야기꾼 최진영은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똑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 죽어버린 유진과 살아남은 유진. 유진의 삶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남은 그녀의 삶.


대사가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라 몇 번을 다시 읽게 되었다.


​_


문학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다음에서 다음세대로. 박민정의 센다가이 가옥을 보면서 대를 이어 연결된 여성들의 삶을 생각했고, 이효석 문학상을 보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학의 계보를 생각했다. 좋은 작가들의 소중한 글이 많아 좋았다.

현실사회를 담은 날카로운 대사를 읽을 때, 어딘가 한 켠이 스산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같은 소설이 그랬는데, 책 뒤편에 좋은 길잡이 글들이 많아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9947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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