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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다.
요양을 위해 시골로 이사간 가족, 욕망이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생긴 소유권 분쟁. 모두가 '소유권'에 집착하며 주인을 내쫓는 공작을 벌이는 동안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딸의 외침을 억울함을 호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골인심이라는 말을 이젠 옛말, 원작 웹툰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이끼' 이후 시골은 은밀하고도 폐쇄적인 공간이 되었다.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은건지, 사람의 욕망이 똑같기 때문인지 시골에서 펼쳐진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이름이 낯익었는데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하나코는 없다'의 작가였다. 그 이후 작가의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오랜만에 만난 글이 반가웠다. 작품 활동은 꾸준히 하고 계셨는지 그 이후로 꾸준한 수상이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건 그저 내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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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기 읽은 것은 박상영 작가의 동경 너머 하와이
작가의 삶인지 허구를 알 수 없는 그 경계를 기수라고, 자신의 오토픽션(진실과 허구가 섞인)의 한계마저도 캐릭터의 이름을 빌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소설. 진짜 소설일까(박상영 작가는 기재된 모든 이야기는 허구라 말했지만,) 허세부리는 남자들 사이에 낀 위태위태한 나의 일상.
거북목의 허공에 얼굴을 기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까지. 재밌지만 동시에 웃을수만은 없는 그 웃픔의 경계가 박상영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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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마음에 들었던 소설 유진. 유진과 유진이라는 제목이어도 좋을 것 같은데, 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이야기꾼 최진영은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똑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 죽어버린 유진과 살아남은 유진. 유진의 삶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남은 그녀의 삶.
대사가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라 몇 번을 다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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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다음에서 다음세대로. 박민정의 센다가이 가옥을 보면서 대를 이어 연결된 여성들의 삶을 생각했고, 이효석 문학상을 보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학의 계보를 생각했다. 좋은 작가들의 소중한 글이 많아 좋았다.
현실사회를 담은 날카로운 대사를 읽을 때, 어딘가 한 켠이 스산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신주희 작가의 '햄의 기원' 같은 소설이 그랬는데, 책 뒤편에 좋은 길잡이 글들이 많아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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