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글과 프롤로그를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첫 페이지부터 마음을 '쿵' 하고 치는 이야기가 있었다.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 책이 관심이 간다면 추천의 글과 프롤로그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나도 안다. 써야 할 원고를 앞에 두고 1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휘적휘적 걸어 다니는 것도, 금세 피로를 느껴 침대에 드러누워 버리는 것도, 모두 내 정신력이 약해서라는 걸. 그리고 정신력은 체력에서 온다는걸. 하지만 아무리 숨을 고르고, 운동화를 고쳐 신어 봐도, 나는 달리기가 싫다.
아무래도 내가 달리는 작가가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대신 정신력이 약한 사람 중에 가장 오래 걷는 작가가 되어 보려 한다. 산책하듯 주변을 둘러보며 설렁설렁 걷다가 별안간 불어오는 비바람에 홀딱 젖기도 하고, 힘들면 주저앉아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그렇게 오래 걷는 작가 말이다.
내 블로그도 그렇지만 영화 소개의 대부분은 영화를 기준으로 흘러가는데,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의 경우에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영화 추천한다. 작가의 꿈을 꾸고 있지만 번번이 시작하는 작가의 일상과 경보에 소질이 없는 만복이가 등장하는 영화 걷기왕.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나의 일상이 겹쳐지면서 더욱 공감이 갔다.
내가 위로에 서툰 건, 어쩌면 내가 슬픔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민이나 슬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슬픔을 공유하면 기분은 얼마간 해소될 수 있지만 상황 자체가 변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에, 공연히 위로받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 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을 쓰기에 나는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근거 없는 무책임한 응원의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나는 잠자코 들어주는 편을 택한다. 참견도, 조언도, 섣부른 위로도 없는, 하지만 부르면 들릴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서 무심히 있어 주려 한다.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영화에서 작가는 위로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슬픔이란 감정의 필요를 논하며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건 꽤 아픈 기억이었을 것도 같다. 글을 쓰면서 저자는 답을 함께 찾아나간다. 슬픔은 공감의 또 다른 형태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누구나 가질만한 고민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담담히 적어 나가는데, 이 인사이드 아웃 편에선 저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위로가 담긴 글을 써야 하는가? 글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주장에 반대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은 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