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 디지털 생태계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과 기본권에 대하여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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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와 신종플루에 이은 메르스 그리고 2년에 걸쳐 유행하는 코로나까지. 최근 우리는 유례없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단절의 시대를 겪고 있다. 1년이 조금 지난 시간 일상은 180도로 변화한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이 있는 것이 다행이라 여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전에 없는 실직과 불황을 견디고 있다. 이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된 것이 기본 소득의 개념이다.

 

코로나로 인해 급변한 사회, AI, 기후 위기 등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들. 이제 산업구조와 생활패턴이 20세기를 지나 21세기로. 저자 최배근 교수는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우리는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온다.

 

티브이에서 많이 본 인물이고, 이야기도 논리정연하게 하시길래 책도 간결할 줄 알았다. 그분이 연구를 하는 학자이자 교수라는 걸 잊고 있었다.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1장_ 21세기 vs. 20세기, 패러다임의 대충돌

 

 

21세기의 시작은 새로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911테러 사건, 미국 발 금융위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까지 계속해서 발생되는 바이러스의 습격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처는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미흡한데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처음 겪는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산업사회의 패러다임과 사고방식을 바꾸어야만 한다. 서구 산업문명의 사상적 기반은 계몽주의다. 계몽주의는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체계다. 이성의 힘으로 끊임없는 진보와 유토피아 건설이 가능하고, 자연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용 대상이다. 자원과 에너지 다소비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그 결과물이다. 이성 중심주의인 계몽주의도 하나의 ‘중심주의’인 것이다. 계몽주의에 기초한 산업문명과 그 연장선에 있는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세기, ‘새로운 처음’의 시대 중에서


싸워야 할 적들은 기존의 사상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사회를 겪으며 쌓아온 계몽주의, 공리주의 등 기존의 가치관이 깨진다. 20세기의 가장 큰 선물이라 말하는 자아,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대립된 가치관 속에서 코로나 이후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 새로운 처음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공동체적 연대'다. 개인과 개인, 사회의 연대가 보다 더 큰 전 세계 국가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2장_ 거대한 분기점

 

 

AI 발달과 함께 시작된 4차 산업. 이제 산업문명은 마지막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개인과 사회는 이에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을까. 금융위기 전까지 부채로 만들어진 성장은 기형적인 빈부격차를 만들어냈다. 국가를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이들을 파산하는 형태로 정리를 해왔다. 그 결과 소득 대비 사회 부채는 줄어들었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부채를 급증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갭을 메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의 임금체계는 불평등하고, 사회를 해결되지 않는 짐들(저금리, 저성장, 불평등, 인종차별 등) 을 끌어안고 있다.


현재 상황은 과거(낡은 것)는 막을 내렸는데 미래(새로운 것)는 도래하지 않는 이른바 '위기'의 시대다. 위기는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무엇보다 리스크가 일상화된 시대를 의미한다.

불확실성의 일상화, 포스트 산업사회 중에서


IT 및 인터넷 혁명으로 부상한 디지털 생태계는 코로나 이후 급부상하며 경제 생태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보다 디지털 생태계는 기존의 산업사회와는 다른 분산 시스템의 세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과거와 달라졌다. 시스템은 점차 디지털 생태계로. 산업문명의 쇠퇴의 결과로 인한 고용 및 분배 패러다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그에 필요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과거와의 결별, 새로운 시대와의 만남

3장_ 대한민국,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한국 산업화 모델은 제조업의 몰락과 함께 종말을 고한다. 함께 찾아온 경제 생태계의 활력 저하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임금노동자-자영업자의 소득 격차로 구조화시킨다. 이는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 문제가 되었다. 이 시대의 청년이 우리 사회를 가장 비판하는 부분이며, 청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같다. 동시에 이는 국가의 미래로 이어진다.


수출 주도 성장의 종언 속에 줄어드는 내수시장, 부족한 노동력과 활용하지 못하는 노동력의 역설적 공존,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추가 필요자의 역설적 공존, 자영업 경영난 심화, 청년 취업난과 고용불안정 심화,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높은 고령층 비중의 확대 지속 현상 등을 보면 왜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에 인질로 잡혀 있는지 쉽게 이해된다. 2021년 한국의 주식 투자수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이유는 K방역과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의 최소화 요인도 있지만 동학개미운동으로 포장된 '빚투(빚내 주식 투자)' 광풍도 한 요인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나 주식'빚투' 광풍 모두 불안한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3-3 이중 위기, 청년이 한국의 미래인 이유

 

미래의 가능성과 변화의 지점에서

4장_ 대한민국 대전환, 그 100년의 조건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가 보여준 것은 시민의식의 성숙성이다. 시민들이 단합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모습은 우리가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촛불혁명 당시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며 놀라게 한 바가 있다. 또한 BTS 블랙핑크 등 K 팝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고, 킹덤, 스위트 홈 등 케이 드라마, 케이 컨텐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더 이상 한국의 문화는 내수 사업이 아니다.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다각도로 조망한 책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21세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사건들을 통해 바뀐 세상과 이유를 근본적으로 조망한다. 2장에서는 바뀌는 세상의 흐름을 설명하며 문제가 되는 국내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3장 4장에서는 미래 사회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5장은 총평이라 4장에서 이어지는 내용에 가까웠다.

 

개인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다. 산업화 사회에 수공예로 작업을 하던 많은 이들이 사라졌는데 나 역시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유익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책이었기에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의 쾌감이 컸다. 긴 마라톤을 뛰고 난 뿌듯함이 드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232308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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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밖에 모르던 황 과장, 빌라 한 채 값으로 건물주 되다 - 마흔 살 직장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부동산 부자 되기 액션 플랜
황성태.효연.하선 지음 / 예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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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집이 갖고 싶어지는 나이, 부동산으로 인한 말이 많다. 노후를 위하면 자가 한 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 중 유튜브 동영상 시청을 하던 중 들었던 한마디. '지금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움직이면 실수를 할 확률이 크다. 지금은 관망의 시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인터뷰터의 말에 전문가가 답한다.

지금은 공부를 할 시기입니다.

생각해 보니 다들 집을 사야 한다고 하니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자본주의 안에서 자금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의 기본 개념을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으나, 펼쳐본 책은 기존의 부동산과는 다른 '소형 수익형 부동산 개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게 뭐지. 정말 자본의 세계는 깊고 너무도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개념으로 부상한 도시개발 재생사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오래된 주택을 구매하여 새롭게 건물을 짓고 투자자를 모집하여 사업화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게 가능해? 라는 소리가 연신 나오는 책.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닌 하나의 사업으로 접근할 것

원하는 부동산의 특징과 흐름을 알 수는 없었지만, 부동산을 단순한 자산으로 볼 것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을 전화시켜 준 책. 좋은 땅을 고르고, 기획을 통해 훌륭하게 사업화를 시키면 다수의 투자자로 인해 위험성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위치를 찾는 법, 투자자를 모으는 법 모든 것이 쉬운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투자의 관점을 바꿀 수 있지만, 성공으로 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의 공부와 계획이 필요한듯 보인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86178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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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크리스마스트리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13
오오데 유카코 지음, 이정연 옮김 / 아이노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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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무엇도 못하는 크리스마스, 이런 때일수록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책이 반갑게 느껴진다. 다양한 책을 찾아서 대여와 구매를 하여 읽었는데, 그중에 눈에 들어왔던 이 책. 택배가 밀려 크리스마스이브가 돼서야 받아 볼 수 있었다. 아 날짜가... 이런 아쉬움도 잠시, 예쁜 그림체와 구성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내년에도 다시 올 테니까...

크리스마스 하면 트리가 아닌가. 이 책은 우리뿐만 아니라 산골짜기 동물들이 만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들이 사는 환경과 특징이 잘 드러난 트리와 동물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다람쥐는 자신들이 애정 하는 도토리와 솔방울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빨간 열매를 더함으로써 크리스마스 느낌을 더한다. 눈이 잔뜩 쌓인 전나무에 파묻힌 다람쥐들이 트리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보이는 것이 귀엽다. 페이지를 펴는 순간 나무에 있는 다람쥐를 세게 된다.

바닷속 트리와 자웅을 겨루는 예쁜 트리 중 하나. 남극의 펭귄들은 얼음으로 트리를 만들어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남극의 자연환경을 아이디어로 활용한 미끄럼틀. 그런데 남극에도 꽃이 있나. 저 별 같은 그림은 대체 뭘까 궁금해진다.

앞 발을 능숙하게 다루는 요리사 곰은 우리가 만드는 것과 비슷한 트리를 만들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요리사의 재능을 맘껏 발휘한 과자로 만든 트리다. 쿠키와 사탕 초콜릿으로 만든 트리는 귀엽기도 하지만 펴는 순간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수레를 미는 토끼가 재료를 함께 공수한다.

동물들의 다양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트리는 어떤 모습일까.

소개된 그림 외에도 다양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트리를 볼 수 있다.

깊은 바다의 아귀가 자신의 등불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와 산에 살고 있는 뱀들이 자신의 몸을 감아 만든 트리들. 다양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트리들은 독특하고 하나같이 아름다워 보고 또 보게 된다. 상상력을 발휘한 매력적인 트리들. 함께하는 동물 친구들. 특징이 있는 트리들의 재료. 페이지 페이지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이들과 책을 편 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8445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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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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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뭐든지 다 될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성적은 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목표는 성적이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니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졌다.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대체 나는 무엇일까. 마치 내 속마음을 엿본 것 같은 부끄러움이 드는 책 '나만 이러고 사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 그대로다.

저자는 대학에서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30대 초 퇴사를 한 지금 중앙일보 '폴인'과 문화웹진 '인디포스트'의 객원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삶은 꽤 멋진 간판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적은 돈이 생활비가 되고,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며 최근 일이 떠올랐다. 힘든 시기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왜 내 삶만 이럴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을 것이다. 친구는 멋져 보이는 인생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삶이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좌절하지 말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우문현답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너지는 일상을 버티는 일일까?

무너진 자리에 머문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성공해야 할까.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결코 쉽지 않은 주제와 쉽지 않은 이야기들. 결론은 항상 나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삶에서 무엇도 결정하지 못한 채 버티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 끝에서 상처받는 것은 결국 나였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쳤는데, 굳이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할까. 지옥철을 최대한 피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연과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고, 내 빠른 말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나며 살면 되지 않을까.

나쁘지 않다.

어른이 되면서 떨쳐내고 싶은 것들, 지옥철과 관계. 저자의 말이 공감되는 현실이 슬프다. 그럼에도 떨쳐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슬프다. 인간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정리가 되지만, 지옥철은 어떻게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회사는 더 최악이라 생각해서 일수 있다.

타인에게 준 상처가 아니다. 남 생각하느라 내가 나에게 준 상처다. 나한테 제일 쉬운 사람은 늘 나였다.

나한테 제일 쉬운 사람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편. 성인이 된 후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인생을 잘 살았다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많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이들의 글이 많다. 어쩌면 사회는 자신을 죽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란 대체 무엇일까?

여전히 어려운 게 많은 어른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줄 알았던 것들은 알고 보니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획득 가능한 것들이었다.

여전히 어려운게 많은 어른 서문 중에서

TVN에서 방영한 교양 프로그램 중 누구도 예상 못한 히트 프로그램이 있다. '어쩌다 어른' 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른들이 원하는 지적 허영을 잘 잡아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는 심리학자의 평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혀를 한 번 찼다. 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잘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어쩌다 어른'은 어른이 되어도 미숙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잘 잡아낸 교양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다.

어차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므로, 마음속에서 조금씩 흘려 보내다 보면 사라지지 않을까. 과거에 흘려 보낸 고민들은 하늘에 가득한 미세먼지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내가 별이 될 수는 없어도, 하늘 위로 던진 내 고민은 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은 뾰족하지만, 삶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중에서

어떤 말은 뱉기까지 반드시 채워야 하는 감정의 양이 정해진 듯하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공허한 말이 된다. 편지에 글자를 채우는 건 몇 분 만에 뚝딱해 낼 수 있지만, 감정을 채우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감정이 이룬 말들 중에서

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왜 젊은 친구들은 그렇게도 힘들어 하는 걸까. 왜 사회는 희망을 잃었다고 말하는 걸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채용이 줄어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고 한다. 계약직으로 일할 당시 똑같이 같이 일한 20대 친구들은 대부분 인서울이었고,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이었다. 기본으로 영어 프리토킹이 되는 친구들의 실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저렇게 유능한데 시한부 계약직이라니. 그리고 그 친구들을 통해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아쉬움이 쌓이는 것 같다.

프롤로그를 쓰는 작가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를 수십가지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결국은 지쳐서 돌아가게 되었다는 말이 슬펐다. 회사로 돌아간 저자는 자본의 안정으로 인해 행복해졌을까. 안정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요새 에세이를 보다보면 요새 청춘들은 나를 비롯하여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왜 행복과 멀어졌는지, 행복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점이 궁금하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솔직함의 용기를 가져다주면 좋겠습니다.

솔직해지기 전에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날개 아래에 보면 솔직함 용기를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씌여진 작가의 말처럼, 부제인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이라는 두 문장처럼 미숙한 자신을 알고 솔직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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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 주광첸 산문집
주광첸 지음, 이에스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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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일전에 읽은 '모든 상처는 이름이 있다'가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학자들과 미학자들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동양철학에서 나오는 독특함이 현대에 구현되었을때 느껴질 만한 초월감이다. 그 매력에 한동안 푹 빠졌다. 중국 미학의 큰 스승이라 말하는 주광첸이 말하는 삶과 인생, 그 아름다움을 말한다니 한 번쯤 읽어 보고 싶었다.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34편의 글이라 해서 생각보다 얇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두툼한 두께에 놀랬다.

걱정은 우리의 삶을 침체시킨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리기도 한다. 세상은 염세를 멋있는 것 우아하고 있어 보이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철학의 근원이 그러했다. 미학자인 저자는 그것이 인생의 아름다움은 아니라고 말한다. 걱정은 고여있음에서 생긴다. 걱정은 우울감에서 비롯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배출에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이는 피아노를 칠지 모른다. 어떤 이는 글을 쓸 것이며, 테니스를 칠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이란 복잡하지만, 인간도 결국 동물이라 기본적인 성질은 '움직임'이라 저자는 말한다. 고민을 각자의 방법으로 배출구를 찾을 때, 일상은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

당신을 응원한다. 웃고, 떠들고, 신나게 움직이자.

삶의 목적은 '진성'에 있다 중에서

이 책은 일상에서 찾는 삶,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아름다운 삶, 삶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이 꼬리에서 꼬리를 무는데, 인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과 삶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2번째 제목은 아름다움을 삶의 1순위로, 네 번째 챕터 제목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사람은 삶에 재미가 있어야 생기를 얻을 수 있다.

삶에 재미가 있어야 생기가 생긴다 중에서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짧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 처음이여서가 아니라 첫번째 챕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활동과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해야만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최대한 본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를 좋아한다. 그런 자연만의 거침과 조잡함이 좋다. 그래서 시종일관 잘 정리되어 있고, 질서 있고, 바둑판 같은 길과 일정한 모양으로 잘린 정원들은 감상할 수가 없다.

자연의 거침과 조잡스러움이 좋다 서문

자혜전이란 이제는 잊혀진 옛궁궐과 본인의 정원을 가꾸면서 얘기하는 자연스러움. 알듯말듯한 이야기 속에서 꾸미지 않은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편이 인상 깊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계속 읽게되는 편.

알프스 산골짜기에 큰 기찻길이 하나 있는데, 길 양쪽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그곳엔 “천천히 가, 감상해!”라고 쓰인 표어 판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없는 세상을 알프스 산골짜기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가듯 빠르게 살아간다. 아쉬워할 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리면 화려함이 넘치는 세상이 아무런 재미도 없는 감옥이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천천히 감상하며 간다 중에서

세번째 챕터 천천히 감상하며 간다는 사실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 문장이 특히나 인상에 남았는데, 알프스를 보러 간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정작 알프스를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 보다 천천히 그것들을 보고 즐기면서 여행하라는 저자의 말이 여러모로 와 닿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밝게 아는 것'과 '잘 느끼는 것'이다.

'삶'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

아름답고 멋진 문장들이 많지만, 부끄럽게도 쉽지 않은 책이었다. 주광첸을 검색해보니 꽤 많은 철학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작가였다. 그렇게 아는 것이 많다면 조금 쉽게 써주시지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철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로 집합되어 있는 책이다. 조금 아쉬운것은 너무 많은 철학과 사상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정신이 혼곤해진다. 단숨에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아니라 곱씹고 곱씹어야 참 맛이 느껴지는 글이란 소리다. 아무래도 이 책을 오래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기분 전환이 필요할때, 삶에 기력을 보충할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곁에 두고 곱씹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 표지를 보니 또 다시 부끄러워졌다. 그간 꽤 많은 책을 읽고 교양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공이 한 참 부족한가 보다.

부족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다.

http://blog.yes24.com/document/1347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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