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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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뭐든지 다 될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성적은 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목표는 성적이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니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졌다.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대체 나는 무엇일까. 마치 내 속마음을 엿본 것 같은 부끄러움이 드는 책 '나만 이러고 사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 그대로다.

저자는 대학에서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30대 초 퇴사를 한 지금 중앙일보 '폴인'과 문화웹진 '인디포스트'의 객원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삶은 꽤 멋진 간판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적은 돈이 생활비가 되고,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며 최근 일이 떠올랐다. 힘든 시기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왜 내 삶만 이럴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을 것이다. 친구는 멋져 보이는 인생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삶이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좌절하지 말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우문현답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너지는 일상을 버티는 일일까?

무너진 자리에 머문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성공해야 할까.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결코 쉽지 않은 주제와 쉽지 않은 이야기들. 결론은 항상 나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삶에서 무엇도 결정하지 못한 채 버티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 끝에서 상처받는 것은 결국 나였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쳤는데, 굳이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할까. 지옥철을 최대한 피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연과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고, 내 빠른 말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나며 살면 되지 않을까.

나쁘지 않다.

어른이 되면서 떨쳐내고 싶은 것들, 지옥철과 관계. 저자의 말이 공감되는 현실이 슬프다. 그럼에도 떨쳐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슬프다. 인간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정리가 되지만, 지옥철은 어떻게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회사는 더 최악이라 생각해서 일수 있다.

타인에게 준 상처가 아니다. 남 생각하느라 내가 나에게 준 상처다. 나한테 제일 쉬운 사람은 늘 나였다.

나한테 제일 쉬운 사람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편. 성인이 된 후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인생을 잘 살았다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많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이들의 글이 많다. 어쩌면 사회는 자신을 죽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란 대체 무엇일까?

여전히 어려운 게 많은 어른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줄 알았던 것들은 알고 보니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획득 가능한 것들이었다.

여전히 어려운게 많은 어른 서문 중에서

TVN에서 방영한 교양 프로그램 중 누구도 예상 못한 히트 프로그램이 있다. '어쩌다 어른' 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른들이 원하는 지적 허영을 잘 잡아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는 심리학자의 평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혀를 한 번 찼다. 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잘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어쩌다 어른'은 어른이 되어도 미숙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잘 잡아낸 교양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다.

어차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므로, 마음속에서 조금씩 흘려 보내다 보면 사라지지 않을까. 과거에 흘려 보낸 고민들은 하늘에 가득한 미세먼지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내가 별이 될 수는 없어도, 하늘 위로 던진 내 고민은 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은 뾰족하지만, 삶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중에서

어떤 말은 뱉기까지 반드시 채워야 하는 감정의 양이 정해진 듯하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공허한 말이 된다. 편지에 글자를 채우는 건 몇 분 만에 뚝딱해 낼 수 있지만, 감정을 채우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감정이 이룬 말들 중에서

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왜 젊은 친구들은 그렇게도 힘들어 하는 걸까. 왜 사회는 희망을 잃었다고 말하는 걸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채용이 줄어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고 한다. 계약직으로 일할 당시 똑같이 같이 일한 20대 친구들은 대부분 인서울이었고,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이었다. 기본으로 영어 프리토킹이 되는 친구들의 실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저렇게 유능한데 시한부 계약직이라니. 그리고 그 친구들을 통해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아쉬움이 쌓이는 것 같다.

프롤로그를 쓰는 작가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를 수십가지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결국은 지쳐서 돌아가게 되었다는 말이 슬펐다. 회사로 돌아간 저자는 자본의 안정으로 인해 행복해졌을까. 안정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요새 에세이를 보다보면 요새 청춘들은 나를 비롯하여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왜 행복과 멀어졌는지, 행복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점이 궁금하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솔직함의 용기를 가져다주면 좋겠습니다.

솔직해지기 전에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날개 아래에 보면 솔직함 용기를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씌여진 작가의 말처럼, 부제인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이라는 두 문장처럼 미숙한 자신을 알고 솔직해지고 싶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7922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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