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 주광첸 산문집
주광첸 지음, 이에스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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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일전에 읽은 '모든 상처는 이름이 있다'가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학자들과 미학자들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동양철학에서 나오는 독특함이 현대에 구현되었을때 느껴질 만한 초월감이다. 그 매력에 한동안 푹 빠졌다. 중국 미학의 큰 스승이라 말하는 주광첸이 말하는 삶과 인생, 그 아름다움을 말한다니 한 번쯤 읽어 보고 싶었다.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34편의 글이라 해서 생각보다 얇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두툼한 두께에 놀랬다.

걱정은 우리의 삶을 침체시킨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리기도 한다. 세상은 염세를 멋있는 것 우아하고 있어 보이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철학의 근원이 그러했다. 미학자인 저자는 그것이 인생의 아름다움은 아니라고 말한다. 걱정은 고여있음에서 생긴다. 걱정은 우울감에서 비롯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배출에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이는 피아노를 칠지 모른다. 어떤 이는 글을 쓸 것이며, 테니스를 칠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이란 복잡하지만, 인간도 결국 동물이라 기본적인 성질은 '움직임'이라 저자는 말한다. 고민을 각자의 방법으로 배출구를 찾을 때, 일상은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

당신을 응원한다. 웃고, 떠들고, 신나게 움직이자.

삶의 목적은 '진성'에 있다 중에서

이 책은 일상에서 찾는 삶,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아름다운 삶, 삶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이 꼬리에서 꼬리를 무는데, 인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과 삶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2번째 제목은 아름다움을 삶의 1순위로, 네 번째 챕터 제목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사람은 삶에 재미가 있어야 생기를 얻을 수 있다.

삶에 재미가 있어야 생기가 생긴다 중에서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짧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 처음이여서가 아니라 첫번째 챕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활동과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해야만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최대한 본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를 좋아한다. 그런 자연만의 거침과 조잡함이 좋다. 그래서 시종일관 잘 정리되어 있고, 질서 있고, 바둑판 같은 길과 일정한 모양으로 잘린 정원들은 감상할 수가 없다.

자연의 거침과 조잡스러움이 좋다 서문

자혜전이란 이제는 잊혀진 옛궁궐과 본인의 정원을 가꾸면서 얘기하는 자연스러움. 알듯말듯한 이야기 속에서 꾸미지 않은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편이 인상 깊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계속 읽게되는 편.

알프스 산골짜기에 큰 기찻길이 하나 있는데, 길 양쪽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그곳엔 “천천히 가, 감상해!”라고 쓰인 표어 판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없는 세상을 알프스 산골짜기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가듯 빠르게 살아간다. 아쉬워할 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리면 화려함이 넘치는 세상이 아무런 재미도 없는 감옥이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천천히 감상하며 간다 중에서

세번째 챕터 천천히 감상하며 간다는 사실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 문장이 특히나 인상에 남았는데, 알프스를 보러 간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정작 알프스를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 보다 천천히 그것들을 보고 즐기면서 여행하라는 저자의 말이 여러모로 와 닿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밝게 아는 것'과 '잘 느끼는 것'이다.

'삶'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

아름답고 멋진 문장들이 많지만, 부끄럽게도 쉽지 않은 책이었다. 주광첸을 검색해보니 꽤 많은 철학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작가였다. 그렇게 아는 것이 많다면 조금 쉽게 써주시지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철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로 집합되어 있는 책이다. 조금 아쉬운것은 너무 많은 철학과 사상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정신이 혼곤해진다. 단숨에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아니라 곱씹고 곱씹어야 참 맛이 느껴지는 글이란 소리다. 아무래도 이 책을 오래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기분 전환이 필요할때, 삶에 기력을 보충할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곁에 두고 곱씹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 표지를 보니 또 다시 부끄러워졌다. 그간 꽤 많은 책을 읽고 교양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공이 한 참 부족한가 보다.

부족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다.

http://blog.yes24.com/document/1347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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