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위하여 - 나의 안녕, 너의 안녕, 우리의 안녕을 위한 영화와 책 읽기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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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팬데믹 이후 고립된 삶은 우울감이 증가하였다. 안녕을 잃어버린 일상에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는 영화 속 타인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과 놓친 삶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려보라 전한다.

'안녕을 위하여'에서는 이별로 인한 상실과 절망,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는 방법, 생존과 새로운 인생, 새로운 사랑까지 삶의 네 가지 주제로 그 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영화와 관련 서적을 통해 소개한다.

일전에 소개한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에서는 유명 영화를 중심으로 소개하다 보니 다양성이 떨어진 점이 아쉽다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가로지르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점이 장점이다. 낯선 영화들이 적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소개받은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도 인문학적 이야기도 정말 좋은 책이었다. '안녕을 위하여'의 내용은 정말 맘에 들었지만, 읽는 동안 눈이 너무 아팠다. 서체 색상으로 쓴 짙은 푸른색이 균일하지 않아 어떤 페이지는 짙은 파랑을 어떤 페이지는 흐린 파랑으로 통증을 가중시켰다. 또한 본문과 소제목이 구분이 되지 않고 너무 닿아 있어 정신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자 슬픔은 서체의 색상이다. 그냥 검은색으로 하지 왜 다른 색상을 썼을까?

질병이 확산되고 불확실성이 증폭할수록 사람들은 빠르게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육체 body의 건강 못지않게 마음 mind과 영혼 spirit을 돌봐야 하는 시점에 닿았습니다. 불안, 공포, 슬픔, 후회, 상실, 우울, 원망, 분노, 혐오 등의 온갖 부정적 감정이 무시로 우리를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요. 그즈음이 되니 저의 고민도 새롭게 변모했습니다. 영화가 오락이 아닌 하나의 이정표로 기능해야 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온기를, 사유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질문을, 재미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웃음을, 일침을 요하는 사람에게는 죽비를 건네기 위해 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영화가 적재적소에서 소통의 도구가 되도록 애썼습니다.

책 이야기를 해볼까? 고통에 대한 이야기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었던 때. 너와 나의 고통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던 시간. 그 시간을 보내고 난 지금의 우리는 '우리'라는 말을 당연하게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일까요?

위로, 우산을 펴주는 것이 아닌 함께 비를 맞는 것 중에서

'안녕을 위하여'는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인문 + 심리 도서에 가깝다. 개개인의 심리를 다스리기 위해 영화를 보고, 그 안에 함유된 인문학적 사유와 고찰을 통해 자신을 다스린다.

많은 심리학 책에서 고통과 감정을 다스리는 법으로 가장 추천하는 방식이라, 이 방식을 활용하여 쓴 책을 보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느꼈던 고립감과 소외감을 스스로 다스리면서 그때 활용한 방식 그대로 책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우리는 어떤 상태인 걸까. 나의 마음, 감정, 고통, 소외감은 지금 괜찮은 걸까? '안녕을 위하여'를 읽고 그 안에 추천된 영화와 책을 다시금 읽어보면서 내 마음을 읽어보고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랑에 대해 저는 많이 질문했습니다. 그동안 사랑이 너무 그리웠나 봅니다. 어쩌면 그냥 사람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불완전한 둘이 만들어내는 완전한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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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설 - 관계, 사랑, 인생이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이유
강현식 지음 / 유노책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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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라 한다. 가족들이 하는 말 중 딸과 자녀, 형제자매의 불행을 바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 자신의 불행을 바라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모두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결과는 의지를 예측과 희망을 배신한다. 번번이 의지를 배신한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더 잘 살자고 하는 붐은 웰빙이라는 단어로 최근에는 많은 심리 관련 프로그램을 반영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 반려동물, 개인의 고민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일 테지. 베스트셀러에서 다양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자리한다.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미디어를 통해 접한 심리학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를 보고 위안을 받거나, 마음을 다잡고 그들을 롤 모델 삼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심리학의 가르침대로 행복해졌을까. 

심리 상담 대표였던 저자는 이론과 달리 전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람, 개개인의 마음은 특히나 복잡하기에 모두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론 실패나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행동으로 인한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전문가인 저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상담의 실망과 좌절을 보면서 이를 쉽게 설명하는 법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를 설명하고 하는 키워드는 '역설'이다.

외부에서 긍정적인 자극이 발생되면 그것을 또다시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전혀 다른 결과로 도출되기도 한다. 칭찬의 역설에서 인간은 칭찬을 받기 위해 과정이 아닌 결과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칭찬은 결과를 평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에게 행동할 의욕과 성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심리학의 역설'은 기존에 나온 베스트셀러 이면에 감춰진, 혹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들 이면에 숨겨진 오해들을 행동 심리학의 관점에서 고찰하는 책이다.

일상에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대를 칭찬했는데, 상대가 그것을 곡해해서 듣는 경우가 있다. 내 딴에는 상대를 배려했는데 상대가 그것을 이용하려 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는 상대를 배려한 행동 이후 그가 나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느낌을 받은 때도 있을 것이다. 

이게 뭐지? 싶었던 삶에서 어긋나는 모순들을 짚어주는 책이라 상대의 행동에 상처받는 예민하고 소심한 이들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고자 한 나의 태도가 상대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거나, 혹은 상대가 오해할 수 있던 지점으로 인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이런 마음들은 내가 받았던 상처 역시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심리학 관련 서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자주 추천하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책 내용 살짝 엿보기

칭찬의 역설

유명한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처럼 칭찬의 긍정 강화 효과가 일의 능률을 올리고 개인을 성장시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칭찬은 다음 결과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여 일의 효율, 흥미와 열의를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칭찬을 얻기 위해 개인은 정당한 절차보다 결과에 집중하게 되는데, 칭찬은 과정보다 결과에 집중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더 잘하기를 기대한다면 과정에 초점을 맞춰 격려를 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로 하여금 억지로라도 춤을 추게 만들지만, 격려는 고래에게 그 선택권을 준다. 고래가 춤을 추고 싶다면 출 것이고, 날고 싶으면 날 것이다. 또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상관없다. 이런 면에서 칭찬은 상대를 위축시키지만, 격려는 힘이 나게 만든다. 격려는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한다는 면에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제 고래를 바다로 보내자 중에서

긍정의 역설

긍정을 강조할수록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부정을 부각시키지 않고 긍정을 전달하려면 공감을 중요한 부분이다.

긍정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자신의 역경을 딛고 일어날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긍정주의는 어떤가? 상대방의 상황과 처지, 처한 입장과 의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긍정을 강요한다. 이런 긍정주의는 오히려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있는 부정(걱정과 염려, 분노와 불안, 불쾌감)을 부각시키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신이 담담히 겪어야 하는 현실과 부정적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효과가 배가 되는 긍정 사용법 중에서

비판의 역설

긍정적인 기대는 긍정의 결과를 부정적인 기대는 부정의 결과를 낳지만, 긍정적인 기대라도 부정적인 형태로 전해지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잔소리보다는 '괜찮다'라는 말로 상대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자. 괜찮다는 표현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힘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생각하여 결과를 도출하여 책임감을 갖게 한다.

괜찮다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상대방이 실수하거나 실패했다는 사실을 내가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을 포함한다. 즉, “괜찮아” 앞에는 ‘네가 지금 실수하고 실패했지만’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잘하고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에게는 “최고야”,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지 “괜찮아”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또한 괜찮다는 말은 상대방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때로는 상대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질책과 쓴소리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때도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정확하게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문제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상대방의 행동이 아니라 존재 자체나 인격을 비난하는 실수를 한다.

잔소리 대신 ‘괜찮다’고 말하자 중에서

착함의 역설

착한 아이는 상황의 판단 없이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상대의 희망과 다수가 바라는 결과에 따라 악을 행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착함을 강조할까? 이유는 분명하다. 착해야, 즉 타인에게 친절하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야 키우기가, 가르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제하기가 편하다. 자신들이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언제나 착하라고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착한 것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역설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성적은 IQ보다 메타인지와 직결이 된다. 메타인지란 배움의 이유와 목적을 알아야 하고 일방적인 가르침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아도 기억에 오래 남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건이 있다. 그 이유는 해당 정보를 편안하게 힘들이지 않고 처리했느냐, 아니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처리했느냐에 달려 있다.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처음에는 정신적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의 정신력은 몸의 근육과 비슷해서 사용할수록 더 힘이 생긴다.

일상적인 배움을 멈추자 중에서

외로움의 역설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뒤 아이를 낳아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한 상대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개인은 더 외롭게 될 수 있다. 내면의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의지하고 기댈 사람을 찾는 성향을 의존성성격 Dependent Personality이라고 한다. 이들은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인생의 큰 결정은 물론이거니와 식사 메뉴를 고르는 일상의 사소한 결정까지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를 바란다.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어렸을 적에는 부모에게, 학교에서는 친구에게, 그다음은 연인이나 배우자, 자식에게 의지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상대방은 완전히 소진된다. 그래서 결국 떠난다. 그러면 이별을 슬퍼하기보다는 자신의 또 다른 구원자, 즉 자신이 마음껏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마치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을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 맺기를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되자 중에서

읽고 난 후

'심리학의 역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긍정적 행동의 이면에 있는 모순들을 설명하는 행동 심리와 관련된 서적이다. 개인의 행동과 다른 결과가 초래되는 이유를 알 수 있어 유용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고 재밌기도 한 책이다.

배움의 역설에서 많이 공부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라는 조언은 신기했다. 일상에서도 공부를 이어간다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다.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은 행위 주최자인 나이다. 타인을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나, 금방 포기를 하는 나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자의 기대치와 조금 상이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착함의 역설에서 읽고 싶었던 심리는 착한 개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이용하려는 세상의 심리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착한 아이가 세상에 순응하고 다루기 쉽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더라도 '심리학의 역설'은 기준을 뒤트는다는 점에서 흥미 있는 책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상식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대한 개인의 시각을 넓혀 줄 수 있는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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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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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SF에서 꽤 긴 시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던 이름 '듀나'. 작년에 발간된 제저벨을 시작으로 그녀의 책들이 하나 둘 개정판으로 찾아오고 있다. 듀나라면 작품 리스트를 모아 컬렉션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팬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어쩌면, 그 컬렉션이 지금 시작되는 건가.. 아???)

듀나의 단편집이 그러하듯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한계까지 자극한다. 자본주의의 허점을 비꼬는 듀나 특유의 시니컬함과 우주와 시공간을 넘는 보다 방대해진 세계관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마법이라니까요.

여기선 저녁 9시 50분부터 10시 4분까지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열려요.

동전 마술 중에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펼치면 SF가 줄 수 있는 궁극의 환상과 상상력의 문이 열린다. 알 수 없는 세계 그 차원의 틈을 통해 우리의 미쳐버린 현실과 뒤틀린 인간의 욕망에 대한 듀나의 조소는 여전하다. ​면세구역에서 읽었던 '동전 마술'은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와 같이 독자들에게 의문을 선사한다. 차원의 틈으로 동전이 사라진 이유와 물음표가 머리 위에 나타난 이유를 작품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엔딩에서도 이야기를 닫아 주지 않는다. 대체 우리가 읽은 것의 의미와 저자가 이 이야기를 쓴 의미는 뭐였을까? 상상력이 빈자리를 메꾸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작품인 '메리 고 라운드'와 'ABCDEF'는 비틀린 인간관계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어렸을 때는 점점 극화되는 메리 고 라운드의 폭력을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ABCDEF에서 관계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다.

작가의 전작 '첼로'가 떠오르는 '소유권'은 로봇이라는 자본주의의 흐름을 파괴하는 존재와 '호텔'에서는 정점에 달한 시유라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즐겨다루는 소재로 마지막의 반전까지 읽는 재미를 담보한다.

표제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조금 재미가 가미된 서부극일까? 싶었다. 브로콜리는 귀엽고 평원의 혈투답게 피와 살육이 난무한다. 외계인은 인간들을 잡아들여 재료로 삼지만, 인간은 그들을 관찰하며 역으로 그들을 이용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은 인간이다 싶은 이야기들. 특히나 이 안에 버무려진 남북의 이념과 빨갱이라는 말을 교묘하게 비꼰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조소까지. 인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함께 링커 우주를 다루고 있는 '안개 바다'는 각기 다른 인간 군상과 링커 생태계라는 진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뒷골목에서 생길 것 같은 사건사고 SF부터, 조선시대, 외계인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와 탈북민에 대한 시선까지 책 한 권에 담긴 다양한 소재와 이를 SF 적으로 연결하는 상상력 이 모든 것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의 폭이 넓다 보니 마치 앤솔로지를 읽는 느낌이다. (SF 작가는 얼마나 잡다한 지식을 가져야 쓸 수 있는 직업일까, 감탄이 나온다) 

처음부터 삶과 죽음은 결코 이렇게 기형적인 방식으로 묶여선 안되었다. 지구의 생명체들이여 안녕. 그동안 우리의 존재가 당신들을 괴롭혔다면 유감이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났다. 이제 다들 각자의 길을 가자. 당신들은 죽음을 향해. 우리는 삶을 향해.

디북 중에서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듀나의 책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단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기작의 가벼움과 철학적 깊이를 더하는 나중의 작품까지 작품의 완성도와 읽기 난이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읽는 그대로 이해가 되지만, 어떤 이야기는 SF적 상식과 철학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답을 얻을 수 있다. 

하여 어떤 이들은 최고의 책으로, 어떤 이들을 읽기 어려운 망작으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후기평은 극과 극을 달릴 듯하다. 

그 평가가 어떠하듯 기술의 발전과 더해진 인간의 욕망 그 간극과 허점을 파고드는 작가의 날카로움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후기의 듀나의 작품에서 더해진 근간을 깨닫지 못한 인간은 스스로의 한계를 과학과 기계적 발전 위에 올려놓아 시험하는 듯한 '디북'의 깊이는(오랜만에 다시 읽자 예전에 읽지 못했던 부분들이 읽히면서 절로 혀를 차게 된다.)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듀나만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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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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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라는 운명을 대물림하느니 차라리 딸은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빌러비드' 흑인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토니 모리슨은 많은 산문과 연설을 통해 흑인 여성의 인권과 계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빌러비드'는 여성 노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을 쓰면서 그녀는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 빈부의 격차를 통해 계급이 구분되고 인권운동의 혜택을 받는 것 또한 제한된다고 적었다. (인권에 대해 다양한 글을 읽으며 토니 모리슨 사후 국내에서 발간된 '보이지 않는 잉크'에서는 문학과 인권에 대한 토니 모리슨의 주옥과 같은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녀는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적고 이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으나 장애인권의 영역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으니 인권운동의 좁은 시야와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카뮈와 함께 프란츠 파농 읽기'부터 시작하여 '빌러비드', '보이지 않는 잉크' 그리고 퀴어 SF 소설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까지 소수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을 읽을 때마다, 저자와 독자들이 고분을 한다는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생긴다. 페미니즘 서적의 고전으로 불리는 '여성, 인종, 계급'은 권력이 어떻게 약자들의 투쟁을 파이 다툼으로 만들며 서로 적으로 싸우게 만드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들어 한 번 읽고자 했던 도서였다. 알고 있지만 읽을 수 없던 좋은 서적을 번역해 준 아르떼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국의 근대가 식민주의와 함께 '실현'되었다면, 흑인에게 근대는 사람도 시민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노예로부터 시작되었다

해제 제국주의와 흑인의 탄생 중에서

모든 독립운동은 소유물이라는 인식에서 자신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인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흑인운동은 말 그대로 노예라는 상품을 인간이라는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 이 안에서 '번식용'으로 더욱 가치를 인정받았던 노예 여성, 그리고 남편 소유물로 간주된 백인 여성들이 '여성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여성들은 권리의 시작을 참정권으로 보았다. 이 운동은 처음에는 유색인종의 구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중에는 남성 노예의 참정권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백인 여성들은 인권 운동을 전개하면서 흑인 여성들이 노예제 폐지와 참정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상대를 같은 인간으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등권 협회는 마지막까지 흑인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드러나지 않은 계급과 차별, 그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책이 여성, 인종, 계급이란 제목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는 종종 수렴하고, 따라서 백인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유색인종 여성의 억압적인 난관에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므로 백인 여성 가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항상 흑인 여성 하인의 임금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인종주의적 기준에 맞춰 고정되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은 존중되었다. 그것으로 끝인 걸까. 세상은 평화를 찾고 세상의 모두는 평화로워진 것일까? 인종차별은 현재까지 지속적인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인권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 확산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의 여성인권 단체가 장애인 인권단체의 연대를 거부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가고자 하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흑인과 백인의 차별을 이야기하던 미국에서는 동양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동양인들이 2세대 3세대에 걸쳐 정착하게 되면서 하나의 세력화가 되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성인권 운동의 흐름은 인권운동의 역사와 그 한계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함께 싸웠으나 그 권리를 마지막까지 인정받지 못했고, 인정받는 과정에서도 그 한계가 명백히 보인다. 같은 여성임에도 피부색이 다라다는 이유에서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했다. 흑인 인권운동은 여성을 배제했고, 여성인권운동은 흑인 여성을 배제했으며, 현재 이어지는 여성인권운동은 장애인을 품지 못한다. 이는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다. 그 이유와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은 장애인과 노동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어줄 것이며, 함께 연대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이러한 책이 더욱 많이 다양하게 출간되어 단단하게 서 있는 세상의 벽을 눕혀주기를 바란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안젤라 데이비스의 그 말 그 의미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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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헤이의 긍정확언 - 전 세계 5천만 독자의 삶을 바꾼
루이스 L. 헤이.쉐릴 리처드슨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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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헤이의 '치유 수업'을 시작으로 '명상록' '감사 일기' '미러'까지 읽고 쓰고 또 읽었다. 2년 동안 가장 많이 읽은 작가를 얘기하자면 1순위가 루이스 헤이일 것이다.

온 우주가 나를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글귀를 보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웃었던 게 어제 같은데. 명상록 한 권의 필사를 마치고, 감사의 편지의 질문에도 모든 답을 마쳤다. 그녀의 책을 나오는 족족 읽는 지금의 나는 확실히 루이스 헤이 추종자라 불려도 좋을 만큼 그녀의 책을 쫓고 있다. 

어째서 나는 루이스 헤이의 책을 놓지 못하는 걸까. 또 그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셰릴 리처드슨과의 대담을 통해서 루이스 헤이의 이야기와 교류를 통해 변화하는 셰릴 리처드슨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환경, 무엇보다 자신을 아껴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세 가지 모두를 긍정으로 표현하였으나 풀이를 하니 이런듯했다.)

나에게 오늘 좋은 일과 기쁜 일만 생길 건데, 오늘 나는 종일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만드는 환경이 나를 보다 나은 삶, 나은 환경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에게 주는 좋은 에너지와 환경, 더 나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루이스 헤이의 책을 끊지 못하는 이유. 그녀의 책들이 가진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책을 읽는 순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유일한 순간을 만난다는 것. 삶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의외로 많지 않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의 삶은 경직되도록 교육받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의젓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허락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 그렇다. 안될 거야. 불가능해. 이런 말이 너무도 쉽게 나오는 세상이다. 힘겨운 세상에 긍정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루이스 헤이. 그 믿음은 성공으로 이어질까. 

프로이트로부터 이어진 고전 심리학은 부정의 에너지로 시작된다. 최근 현대 심리학의 트렌드 중 긍정심리학, 긍정조직학, 긍정심리자본이라는 개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긍정심리자본은 목표의 성취를 위해 좌절을 극복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복원력으로 더 큰 성취를 얻어 내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구성요인에는 자기효능감과 희망, 낙과주의, 복원력 등이 있다. 이런 긍정심리자본이 높은 직원은 보험 세일즈에서 더 큰 실적을 냈다는 통계가 있다. 

루이스 헤이의 모든 책은 긍정이 온 우주를 돕는다 말하는 책처럼 보였으나 심리학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영리한 책이기도 하다. 긍정과 희망은 개인에게 도전을 할 에너지와 용기를 제공한다. 모든 도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 횟수가 많아질수록 성공할 확률 역시 높아진다. 하여 저자의 말은 그저 지나가는 빈말이 아니라 하나의 진리로 자리 잡는다.

삶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들어가는 글, 셰릴 리처드슨 편 중에서

생의 각 분야에 제공되는 긍정의 에너지, 아침 시간 십 분을 나에게 투자하는 것, 부정적인 습관을 고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우는 것, 나이 듦에 감사하는 것,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매 순간 나에게 건네는 긍정의 말들과 기적 같은 삶의 변화까지.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 이 책에 나오는 말대로 나의 삶도 바뀌기를 희망한다. 보다 나은 삶, 행복한 내일, 감사하는 삶. 이 모든 것은 모든 인간들이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종교와 같아 루이스 헤이를 손에 놓을 수 없는 듯하다. 

여러분도 여러분을 정말로 편안하게 해줄 긍정의 말 한두 개를 찾아내서 꾸준히 반복하고 또 반복하세요. 만약 거울을 보며 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방법은 당신을 자신과 연결시켜주거든요. 할 수 있을 때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말하는 겁니다. "우린 이걸 헤쳐 나가고 있어. 난 널 사랑해. 너를 위해 여기 이렇게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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