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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과는 없다 ㅣ VivaVivo (비바비보) 46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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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신작 <완벽한 사과는 없다>를 만났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나와 친했던 사람이라면? 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교폭력이 끝나고 난 뒤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니 더욱 궁금해졌다 . 학교폭력이 매일 이슈가 되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소설에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책속으로 들어가보자.
☆지민이에게는 어렸을적 형제처럼 자란 단짝 친구 지호가 있었다. 서로 가정 상황이나 성격이 잘 맞아 형제처럼 지냈다. 지민이네가 이사를 가면서 멀어지게 된다. 고등학생이 된 지민이에게 지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들려온다. 단짝 친구였던 지호가 이제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강제 전학을 갔다고 한다. 그때 우연히 만난 날 만약에 지민이가 지호를 붙잡았다면 상황이 바뀌었을까? 일년 전 지호의 학교폭력사건과 언덕에서 보드를 타던 학생이 죽는 사고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고 지호가 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받는다.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해서 하지 않은 일까지 뒤집어 씌우는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지호를 지민이는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지민이의 양심이 자꾸 소리를 낸다.
어느날 학원 친구들과의 말싸움 끝에 다온이가 지민이에게 동조한다. 오해로 발생한 상황때문에 다온이는 지민이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민이는 학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다온이를 도와주게 되고, 다온이는 지민이가 우리하에게 좋은 친구가 될것 같다고 생각해 소개한다. 리하는 지호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던 친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와의 만남으로 지민이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리하를 보며 마음에서 들리는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 다른 사람의 양심을 내가 대신 맡아줄 수 있을까? 양심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듣지 않는, 고요하고 작은 목소리지!<8p>'
지민이는 따돌림을 당하는 다온이를 도와준다. 이유는 '나 자신 때문이었다. 내가 행동하지 못하고, 나서지 못해서 놓쳐버린 한 사람 때문에. 그 기억 때문에'(46p) 그렇게 지민이는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세 아이의 다른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바라 보았다. 지민이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지호의 친구이고, 리하는 지호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친구다. 다온이는 학교 폭력을 당한 리하를 지켜봐주는 관계다. 어쩌면 절대 어울릴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오해의 끈이 되는 보드를 타다 죽은 선배와 지호가 있었다. 오해로 시작된 관계에서 아이들이 깨닫고 알아가는 것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지민이는 지호와의 관계로 고민하며 양심의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관계가 망가질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며 사과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사과, 완벽한 사과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 사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들으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가. 그 순간에 나는 리하의 강함을 보았다. 리하의 약함을. 우리가 얼마나 연약하고 강한가를. 우리는 약하기 때문에 서로의 손을 잡아야 했다. 서로가 놓지 않으리라는 걸 믿어야 했다. 나는 믿었고, 말했다.
"미안해."
"••••••용서할게."
세상에 완벽한 사과는, 용서는 없을것이다. (159p)
용서는 약속이 아니다. 결과가 아니다. 기나긴 과정이다. 우리는 그 긴 과정의 문턱을 겨우 넘었을 뿐이었다(160p)
'지호, 다온, 우리하,다온과 우리하의 선배, 그리고 나, 사람 사이에 이어진 선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질기고 거칠고 혹은 연약한지 얼마나 강하게 당기고 있는지 겉으로는 알 수 가 없다. 다만 얽히고 조여 살갗을 파고드는 아픔만은 생생했다. (p.61)
리하와 다온이를 만나며 지민이는 가해자였던 지호만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피해자였던 리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게된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내야 했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통해 지민이는 양심의 소리에 더 의지한다.
지민, 다온, 우리하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피해자는 피해자라서 숨어지내야 하고, 가해자는 강제 전학 보내면 끝이고, 그럼 남은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없었던 일처럼 지내면 되는가? 를 생각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첫째, '한 사람의 잘못은 그 사람만의 책임인가?' 그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 온 환경, 속한 공동체, 우연히 주어진 상황과 조건들을 헤아린다면 온전히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고 책임을 나누어 질 수 있을까?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될 수록 비판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일까?
둘째는 '잘못에 대해 적절한 댓가를 치를 수 있는가?' 였다고 한다. 법적인 대가 말고,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대가를 치렀다고 해서 잘못으로 인한 고통이 사라지거나 피해를 받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작가의말)]
제삼자들은 참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한다. 사과 받고 용서했으면 끝난거니 잊으라고.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게 되었다. 지호의 폭력은 나쁘다. 그 가정이나, 사회에서 지호에게 안전함을 주었다면 큰 불행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그 환경이 면죄부의 조건이 될수 없지만, 미리 예방할수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을 통해 학교폭력,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고, 더 관심과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사과와 용서는 끝도 결과도 아니다. 우리는 그 긴 과정의 문턱을 넘어 시작점에 있다.
<한문장 - 발췌>
p.8 파란 천사는 지미니 크리켓에게 피노키오의 양심이 되어 달라고 한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게는 양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끼어든 탓에 피노키오의 양심이 되어 버린 지미니 크리켓은 자기가 답한 그대로의 운명에 처한다.
p.93 무력하지 않다.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
가늘지만 질긴, 쉽게 구부러지지만 부서지지는 않을, 지팡이처럼 디딜 수 있는 문장이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