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인지 모르고 읽은 단편 소설집. `요시모토 바나나`란 작가가 유명해서 그냥 그 작가의 책을 임의로 정해서 읽게된 책이다. 거의 2/3쯤 읽은 후 단편집이라 깨달아 그만 읽을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읽었다. 개인적으로 원래 단편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 지금까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서 단편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고 시의 매력을 깨달았던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단편 소설의 매력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스토리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 감정을 따라가며 주인공과 비슷한 감정에 젖어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은 새로운 경험이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다. 최근의 여러 주변 상황으로 인해 마음이 복잡했는데, 이 책 덕분에 잠시 복잡한 상황을 잊고, 나만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 좋았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는 다 나름 이유가 있는 듯 하다.
1억엔을 횡령한 여자. 처음엔 단순히 그냥 소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의 심리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 나도 저 상황에서는 저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문득 무서워졌다. 처음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잘못이 점점 더 자연스럽게 커져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가 어느 순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다.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에서 난 어느 시점에서 주인공과 다른 행동을 했을까? 역시 처음 별 것 아닌 잘못을 저지르는 그 순간이 내가 주인공과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순간이지 않을까? 이처럼 이 글에서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이 처음의 사소한 잘못을 바로잡지 못해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돈의 힘이란 생각보다 달콤하다. 남들의 친절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기도 하고 당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순간의 욕망을 쉽게 만족시킬 수도 있으니. 하지만 돈의 힘으로 얻어진 타인의 친절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순간의 욕망이 만족된 뒤의 허탈함은 또 어떤가? 차라리 순간의 욕망을 이겨내고 난 뒤의 뿌듯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힘들게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나서 개운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튼튼해 진 몸에대한 뿌듯함을 느낄 때의 만족감처럼. 행복에 대한 여러 생각과 물질의 풍요로움과 돈의 풍족함이 주는 행복의 무게, 그리고 그걸 목표로 오늘의 많은 것을 희생한 채 살아가는 우리들. 책을 덮고 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프랑스 물리학자 라플라스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강점은 어려운 물리 이론을 일반인이 알기 쉽고 거부감 없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런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성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해 이야기의 반전은 좀 부족해 보이지만 과학 이론이 무리없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있고, 각 인물들간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어 드라마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하다.
종교개혁을 생각하면 늘 마르틴 루터를 생각했었는데, 그 이전부터 종교개혁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존 위클리프의 신학 사상에서 종교 개혁의 씨앗이 뿌려졌고, 본격적인 종교개혁 운동은 얀 후스가 전개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얀 후스가 루터에 비해 거의 100년 정도 이전 시대의 사람인 것을 감안하면 역사는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이를 교훈 삼아 빨리 개선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이 책은 기독교인이 아니라 성서도 잘 읽어 보지 않은 나에게는 종교적인 문서 해석이 너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독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종교 원문의 내용을 건너 띄면서 저자의 설명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더 나은 듯하다.
자신을 타인으로 객관화해서 바라봄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과 그 외 여러가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 가짐에 대한 내용은 도움이 많이 되는 내용이라 한 번 쯤 읽어볼 만 했다.다만, 저자의 주장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양자역학이나 미립자에 대한 과학이론을 도입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나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책을 읽는데 반감을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