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 이순(웅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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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 진화심리학 교수 디어드리 배릿이 쓴 이 책의 원제는 , 즉 초정상 자극이다. 초정상 자극 이론의 핵심은 "실물보다 과장된 모조품이 더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14)이다. 즉 동물과 인간은 그런 자극이 허위임을 구별해내고 멀리하는 대신 그런 자극에 강렬한 욕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욕망이란 경제에서의 수요의 근원이므로 이런 초정상 자극을 잘 활용하는 것은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다. 


예컨대 패스트푸드가 그러하고 자극적인 화면과 상황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TV와 게임들이 그러하다. 비현실적 상황을 설정하는 포르노그래피는 성욕을 자극하고, 터무니 없게 귀여운 인형들은 양육본능을 자극하고, 적개심을 고취하는 국방부는 영역 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런 초정상 자극을 소비한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자연상태에서 희소성이 있던 것들이 무제한적으로 공급됨으로써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어지고 건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만해지고, TV 앞에서 수동적 태도에 젖어들어 실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엄청난 손실을 낳는 전쟁을 감행한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슬픈 상태가 인간의 운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론의 제목이 "모형알을 치워버리자"다. 어떻게 치울 것인가? 인간의 뇌에 있는 전전두 신피질을 깨우면 본능과 습관을 거부할 수 있고, 이렇게 하면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는 모형알을 치울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대체로 이러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쉽게 쓰여있고, 번역도 좋은 편이다(뒤로 갈수록 약간 윤문 작업에 소홀해진 듯하긴 하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춘 사람도 새롭게 접하는 내용들도 상당하다. 그리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다. 하긴 그런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누구든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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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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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하우스가 자비출판하여 차고에 쌓아놓은 500권의 책을 팔려고 서점을 돌아다니던 것이 6년 전이다. 작년 5월에 출간된 <바람을 뿌리는 자>는 초판을 15만부 찍었고, 그간 4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제 그녀의 작품들은 백만부가 넘게 팔려나갔고, 15개국에서 번역되었으니 그녀는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한국에서도 그녀의 작품들은 쥐스킨트의 <향수> 이후로 가장 많이 팔리는 독일작품이 아닐까 한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두 주인공 올리버 보덴슈타인과 피아 키르히호프는 놀라운 추리력과 행동력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홈즈 같은 인물들이 아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작품 어디에도 영웅은 없다. 그녀의 인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를 추구하다 허망하게 실패하거나, 사람을 쉽게 믿다가 환멸을 느끼거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고 내면의 병에 걸리거나, 격정에 휩싸여 후회할 일을 저지르거나, 자신의 지능을 믿고 날뛰다가 꼬리가 잡히고 복수를 당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 사이에서 증오와 음모가 싹트고, 이런 싹은 도처에서 꽃을 피운다. 착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그래도 작품은 죄와 벌을 연결시켜놓고 정의의 귀환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는 멋진 신세계가 아니다. 욕망과 열정이 뒤범벅이 된 세상은 반쯤 미쳐있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기준조차 모호하다. 그러니 타우누스 시리즈는 또 하나의 <끝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인물 묘사와 탄탄한 구성에 힘입어 아주 큰 재미를 주었고, <너무 친한 친구들>은 다소 과도하게 복잡한 이야기와 결말의 작위성으로 인해 재미가 덜했다. 이로 인한 약간의 실망을 <바람을 뿌리는 자>가 다시 날려주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 전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숨가쁘게 진행되었고, 짤막하게 나뉘어진 각 장들은 매번 새로운 사건전개를 펼쳐보였다. 이번 작품에도 다소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친한 친구들>보다는 개관하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펼쳐놓은 전체 이야기에 비해 살인범들의 동기와 살인의 정황이 너무 단순하여 살인의 해결 자체가 주는 지능적인 즐거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설정된 이야기들의 탄탄함과 인물들의 설득력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해준다.

이번 작품은 환경문제를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은 해두고자 한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었고, 그 과장은 핵발전소와 대체 에너지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생각을 펼치고 있다. 물론 세금이나 자본이 흘러가는 어느 곳이나 부정과 부패가 생기기 쉽고, 대체 에너지 기업들또한 이런 의심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까지는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것에는 과학계의 폭넓은 동의가 있고, 우리는 이런 동의를 철회할 새로운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기우에 지나지 않겠지만, 누군가 이 소설을 읽고 마음대로 오염물질을 대기에 배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번역은 훌륭했는데, 두 어 군데 비문들이 발견되었다. 277쪽의 아래에 "~굴욕적인"이 포함된 문장과 285쪽의 중간부분에 "피아는"이라는 주어가 중복된 문장 등이 그러하다. 출판사에서 교정해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번 소설에도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소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나 역시 노이하우스의 전작들을 읽으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혹시 리스트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용도로 작성된 것이어서 인물들을 구별하기 위한 최소의 내용만 포함되었으니 바라건대 이 리스트가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루드비히 히르트라이터             윈드프로 반대자

올리버  보덴슈타인               피아의 상관

크리스토프                             파이의 남자친구

마르크                                   고등학생

리키                                      동물보호소 운영

재니스 테오도라키스               리키의 남자친구

프라우케                                히르트라이터의 

니카                                      미키의 옛친구본명은 아니카.

                                         피아의  동료

슈테판 타이센                          윈드프로 사장마르크의 아버지.

그로스만                                야간 경비원살해됨

디르크 아이젠후트                   독일기후연구소 소장

베티나                                   디르크의 아내.

카트린 피싱어                          피아의 동료

마티아스                                루드비히의 막내 아들

그레고어                                루드비히의  아들

크뢰거                                   감식반장

카이 오스터만                          피아의 동료

아힘 발트하우젠                       환경부차관

엔노 라데마허                          윈드프로의 영업부장

랄프 클뢰크너                          해결사

게오르크 랄프                          크로네 식당 주인

라인홀트                                 헤르칭어 시장

클라우스 파울하버                    시민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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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보급판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 뜨인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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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이 책이 좋다는 걸 읽고 사서 읽게 되었다.

밤 9시쯤 읽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책에 푹 빠져들었다.

다 읽고 나니 11시 반.

12시는 족히 넘었는줄 알았는데...

그만큼 책이 재미있었다.

모험을 향한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열정.

모험 속의 유쾌함과 좌절.

탁월한 리더십의 조건이 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리더의 오판을 수용하는 선원들.

그리고 자신과 선원들을 구출해내는 섀클턴의 불굴의 의지.

이 실패한 모험을 오히려 감동적인 성취로 받아들일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구출된 선원들의 다양한 삶들...

하나의 드라마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헐리의 생생한 사진들이 없었다면 책의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길어야 서너시간이면 읽어낼 수 있는 이 책은 어느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

우리 삶의 어떤 국면에서건 우리에게 기필코 무언가를 주고 말 책이다.

모든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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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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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것은 순전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덕택이었다.

<백설공주>를 읽는 내내 아주 즐거웠기 때문에 노이하우스의 은총을 한 번 더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설공주>에 비하면 읽는 즐거움이 덜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두 인물에 대한 형상화도 이 책이 먼저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덜 생생했고, 인물들이 너무 많아 이야기가 산만했으며, 사건 전개를 너무 복잡하게 얽어놓는 바람에 오히려 긴장도가 떨어졌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이 책의 약점에 속한다. 타렉에 대한 동기부여가 작위적이고, 타렉과 루카스가 포위되는 상황도, 타렉이 요나스 아버지 회사 유리 건물에 부딪치는 설정도 좀 허접하다. 게다가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도 거의 없다.

각 장 마다 새로운 상황을 전개시키고 각 장에 나름의 완결성을 부여하는 솜씨는 이미 <백설공주>를 예감하게 하지만, 아직은 설익은 솜씨다.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 이후에 타우누스 시리즈 5편으로 작년 6월에 <바람의 씨를 뿌리는 사람>을  발표했다. 이 책도 독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읽은 두 권의 책을 보건대 노이하우스의 솜씨가 일취월장하는 듯하니 이 5편이 어서 번역되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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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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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이 소설에 흠뻑 젖어 보냈다.

이런 저런 잡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말에 대꾸를 해야 하는 것이 유독 거추장스런 하루였다.

첫장부터 소설에 빠져들었고, 읽는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남은 페이지들이 신속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주 아쉬웠으며,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을 때는 오직 하나, 오늘 하루 재밌게 보냈구나, 이 생각뿐이었다.

남는 것도 없고, 후회도 없는 독서.

대중적 범죄소설에서 이 이상 더 바랄 것은 없다.

그리고 정당한 기대는 온전히 채워졌다.

이 소설이 좀 더 깊이를 더하려고 했다면 마을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 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악의 실체를 밝히려고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화 <도그빌>의 수준에 접근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고 해도 한 편의 킬링타임 용 범죄소설로서는 탁월하다.

노이하우스의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력에 박수를 보낸다.

노이하우스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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