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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ㅣ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노이하우스가 자비출판하여 차고에 쌓아놓은 500권의 책을 팔려고 서점을 돌아다니던 것이 6년 전이다. 작년 5월에 출간된 <바람을 뿌리는 자>는 초판을 15만부 찍었고, 그간 4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제 그녀의 작품들은 백만부가 넘게 팔려나갔고, 15개국에서 번역되었으니 그녀는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한국에서도 그녀의 작품들은 쥐스킨트의 <향수> 이후로 가장 많이 팔리는 독일작품이 아닐까 한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두 주인공 올리버 보덴슈타인과 피아 키르히호프는 놀라운 추리력과 행동력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홈즈 같은 인물들이 아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작품 어디에도 영웅은 없다. 그녀의 인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를 추구하다 허망하게 실패하거나, 사람을 쉽게 믿다가 환멸을 느끼거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고 내면의 병에 걸리거나, 격정에 휩싸여 후회할 일을 저지르거나, 자신의 지능을 믿고 날뛰다가 꼬리가 잡히고 복수를 당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 사이에서 증오와 음모가 싹트고, 이런 싹은 도처에서 꽃을 피운다. 착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그래도 작품은 죄와 벌을 연결시켜놓고 정의의 귀환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는 멋진 신세계가 아니다. 욕망과 열정이 뒤범벅이 된 세상은 반쯤 미쳐있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기준조차 모호하다. 그러니 타우누스 시리즈는 또 하나의 <끝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인물 묘사와 탄탄한 구성에 힘입어 아주 큰 재미를 주었고, <너무 친한 친구들>은 다소 과도하게 복잡한 이야기와 결말의 작위성으로 인해 재미가 덜했다. 이로 인한 약간의 실망을 <바람을 뿌리는 자>가 다시 날려주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 전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숨가쁘게 진행되었고, 짤막하게 나뉘어진 각 장들은 매번 새로운 사건전개를 펼쳐보였다. 이번 작품에도 다소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친한 친구들>보다는 개관하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펼쳐놓은 전체 이야기에 비해 살인범들의 동기와 살인의 정황이 너무 단순하여 살인의 해결 자체가 주는 지능적인 즐거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설정된 이야기들의 탄탄함과 인물들의 설득력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해준다.
이번 작품은 환경문제를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은 해두고자 한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었고, 그 과장은 핵발전소와 대체 에너지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생각을 펼치고 있다. 물론 세금이나 자본이 흘러가는 어느 곳이나 부정과 부패가 생기기 쉽고, 대체 에너지 기업들또한 이런 의심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까지는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것에는 과학계의 폭넓은 동의가 있고, 우리는 이런 동의를 철회할 새로운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기우에 지나지 않겠지만, 누군가 이 소설을 읽고 마음대로 오염물질을 대기에 배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번역은 훌륭했는데, 두 어 군데 비문들이 발견되었다. 277쪽의 아래에 "~굴욕적인"이 포함된 문장과 285쪽의 중간부분에 "피아는"이라는 주어가 중복된 문장 등이 그러하다. 출판사에서 교정해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번 소설에도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소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나 역시 노이하우스의 전작들을 읽으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혹시 리스트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용도로 작성된 것이어서 인물들을 구별하기 위한 최소의 내용만 포함되었으니 바라건대 이 리스트가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루드비히 히르트라이터 윈드프로 반대자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피아의 상관
크리스토프 파이의 남자친구
마르크 고등학생
리키 동물보호소 운영
재니스 테오도라키스 리키의 남자친구
프라우케 히르트라이터의 딸
니카 미키의 옛친구. 본명은 아니카.
셈 피아의 새 동료
슈테판 타이센 윈드프로 사장. 마르크의 아버지.
그로스만 야간 경비원. 살해됨
디르크 아이젠후트 독일기후연구소 소장
베티나 디르크의 아내.
카트린 피싱어 피아의 동료
마티아스 루드비히의 막내 아들
그레고어 루드비히의 큰 아들
크뢰거 감식반장
카이 오스터만 피아의 동료
아힘 발트하우젠 환경부차관
엔노 라데마허 윈드프로의 영업부장
랄프 클뢰크너 해결사
게오르크 랄프 크로네 식당 주인
라인홀트 헤르칭어 시장
클라우스 파울하버 시민단체 대표